MC:
서울에 있는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의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은 개혁을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최근 보고서에서 “김정은의 경제 정책은 김정일 시대와 동일한 기조 상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개혁을 준비 중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 지도부는 김정은의 이른바 ‘노작’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경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8일 발표한 김정은의 노작에서도 북측은 “인민들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침땅 면적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북측의 움직임을 경제를 개혁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해석합니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북측의 공식 문헌을 분석해 본 결과 김정은의 경제 정책은 김정일 시대와 다를 바 없다고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분석합니다.
박형중:
김정은 정권은 현재까지 봤을 때 개혁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내용, 그러니까 김정은 등장 이후 북한이 내세운 여러 가지 정책의 내용, 그리고 2012년 신년 사설의 내용을 보면, 김정일 시대와 거의 비슷합니다.
다시 말해 북측이 비록 ‘인민생활 향상’이나 ‘경제 강국 건설’ 같은 단어를 공식 문헌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기존 경제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는 게 아니라 단지 투자 증대나 기술 개선으로 경제 부진을 해결하려 한다”는 겁니다.
북측이 제시한 ‘새 세기 산업혁명’이나 ‘지식경제 강국’ 같은 용어도 경제 정책과 제도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목표만 제시한 사례라고 박형중 박사는 지적합니다.
박형중:
그건 일종의 희망과 비전을 주기 위한 순전한, 공허한 선전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지식경제가 발전하려면 무엇보다도 사고의 자유와 창의력을 허용해주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북한에는 그런 게 전혀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이처럼 김정은 체제는 현재로서는 경제 개혁을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실체적 개혁 조치의 도입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등장할 수 있다”고 박형중 박사는 내다봤습니다.
광물 수출 등을 통한 외화벌이가 난조에 빠지거나 정권에 대한 주민의 불만이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커지는 경우, 김정은 정권도 북한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실체적 개혁 조치를 도입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개혁 조치의 예로는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수정하거나 민간 기업을 허용하는 등의 조치가 언급됐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정치적 위험도를 높이게 되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박형중 박사는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