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혁과 개방으로 나갈 가능성은 현재 조금도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중국이나 베트남은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인민의 복지와 후생을 위해서 개혁과 개방을 채택해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이런 방향으로 나갈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관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우선 북한과 개혁/개방의 관계부터 설명해 주시지요?
기자:
냉전 시대에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으로 대립한 두 집단의 싸움은 자유진영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그 이유는 공산진영의 국가가 자유경제 체제 대신 계획경제 체제를 갖고 인민의 생활 수준을 올리는 데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가 없었다고 완전하게 판명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 정치는 공산주의를 유지하면서도 경제는 개혁과 개방을 도입해서 인민의 복지와 후생을 증진하는 데 나섰습니다. 북한도 예외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아직 이 방향으로 나갈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앵커:
폐쇄적이었던 일부 공산주의 국가가 개혁과 개방으로 방향을 수정하는 상황은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보입니다. 이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지금 세계적으로 계획경제 체제를 고수하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공산주의 국가가 얼마 되지 않는 데다 그나마 중국이나 베트남은 공산주의의 간판을 걸고 경제는 사실상 자본주의를 채택했습니다. 쿠바가 개혁과 개방으로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도 사정은 북한과 아주 다릅니다. 앞에서 말씀을 드린 대로 계획경제 체제로는 인민의 후생과 복지를 해결할 수가 없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고수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사실상 없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한만이 이러한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며 자유경제 체제 대신 계획경제 체제를 고수하고 개혁과 개방으로 나가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이나요?
기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의 복지보다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개혁과 개방으로 나갈 경우 경제개혁에 이어 정치개혁이 반드시 수반됩니다. 정치개혁을 하면 그동안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가 저지른 학정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럴 경우 인민의 보복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루마니아에서는 공산주의 시절 학정을 저지른 지도자가 인민에게 노상에서 처형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반대파, 지주와 자본가, 월남자 가족, 체제에 조금이라도 항거한 인사를 반동분자라는 혐의로 대대적으로 숙청하고 처형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루마니아와 같은 다른 공산주의 국가의 사례를 보고 개혁과 개방으로 나갈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이밖에 그동안 너무나 개인 우상화를 진척시켰고 세계에서 최빈국 수준인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선전한 이유도 있습니다. 개혁/개방을 하면 두 가지는 하루아침에 거짓말로 드러납니다. 이와 함께 계획경제를 해야 인민을 통제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개혁과 개방보다 폐쇄적인 체제를 고수하며 인민이 바깥 소식을 알지 못하게 해 이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어야만 하는 처지입니다.
앵커:
위의 말씀대로라면 ‘개혁과 개방=정권 붕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런 확실한 이유 때문에 북한이 개혁과 개방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도 개혁과 개방이 인민의 생활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보입니다. 그렇지만 개혁과 개방을 하면 위에서 설명한 이유 때문에 당장 정권이 무너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선택은 자명합니다. 개혁과 개방으로 갈 수 없는 방안입니다. 소련을 비롯해 대다수 사회주의 국가가 비슷한 시기에 무너져 내린 이유가 있습니다. 인민이 자신들의 생활 수준을 자본주의 국가와 비교해 그보다 훨씬 처진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인민에게 지금까지 거짓말을 해왔기 때문에 바깥 소식을 알려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정권 붕괴라는 위험을 감수하며 개혁과 개방으로 나갈 리가 만무합니다.
앵커: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꺼린다는 사례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기자:
2009년 11월 14일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좋은 사례입니다. 노동신문은 ‘조선은 세계에로 나간다’라는 제목의 정론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선은 세계에로! 세계는 조선을 쳐다보라!”고 말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세계는 “공간적인 세계가 아니다” 며 “우리가 설계하고 마중해 나가는 우리 식의 내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말하는 ‘세계’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말하는 ‘세계화나 개방’이 결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설명은 북한 지도부가 개혁과 개방에 대해 갖고 있는 두려움을 단적으로 나타냈다고 보입니다.
앵커:
북한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체제를 지키려고 핵무기를 개발하고 나섰다고 볼 수 있나요?
기자:
국가 체제는 안팎의 영향으로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안으로는 폐쇄 체제를 유지해 인민을 통제하는 한편 밖으로는 핵무기를 개발해 대항하려는 것입니다. 일단 핵무기를 가진 이상 핵보유 국가로 인정을 받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이 기존의 핵보유 국가 외 다른 국가가 핵을 보유하는 사태를 매우 싫어합니다. 따라서 미국을 상대로 하는 협상이 북한으로선 힘이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위기를 헤쳐나가면 결국 핵을 보유한 나라로서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은 핵을 포기할 경우 북한이 이라크처럼 미국의 공격을 받고서 붕괴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더욱더 핵에 집착합니다. 김 위원장은 2002년 9월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에게 “생존권을 위해 핵을 포기할 수 없다. 핵을 포기하면 이라크처럼 될까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는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바로 체제 수호의 의도입니다.
앵커:
북한이 개혁과 개방으로 나갈 가능성을 현재로서는 어떻게 전망할 수 있습니까?
기자: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고 전망됩니다. 김 위원장이 인민을 생각해 단안을 내리지 않는 한 위에 나온 이유 때문에 이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본 인사의 말이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남한으로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작년 8월 19일 동아일보의 인터넷 방송 뉴스 프로그램 <동아뉴스스테이션>에 출연해서 “북한은 중국식 개혁이나 개방을 할 의지가 없고 핵무기를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고 단언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는 일은 환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체제와 김 위원장의 체질을 누구보다 잘 아는 황 전 비서의 이런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지금의 시대 흐름이자 추세인 개혁과 개방을 향해서 나갈 가능성이 없는 상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