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적십자사, 일본인 유골반환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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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과 일본 적십자사 실무자들이9일 중국 베이징에서 2차대전 말기에 북한에서 사망한 일본인들의 유골 반환과 성묘 문제를 협의했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과 일본에서 파견된 양국의 적십자사 실무자 6명이 9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2차대전 말기에 북한에서 사망한 일본인들의 유골을 반환하는 문제와 일본인 가족들의 성묘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북한과 일본이 유골 반환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만난 것은 10년만의 일입니다. 실무 회담은 9일에 이어 10일에도 열릴 예정입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차 대전 말기에 옛 소련군의 참전으로 북한에서 전사한 일본 군인과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귀국하는 과정에서 허기와 추위로 사망한 민간인을 합치면 북한에서 사망한 일본인은 모두 3만 4천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그중 유골 약 2만 개 이상이 아직 발굴되지 않았으며, 현재 북한 전역에 산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적십자사는 1970년대부터 북한과 유골 반환 교섭을 벌이기 시작했으나, 일본인 납치문제가 불거지고 북한이 잇달아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단행함에 따라 유골 반환 교섭도 중단됐습니다.

그런 가운데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교섭 담당대사와 일본의 나카이 히로시 전 납치문제 담당대신이 작년 7월과 올해1월에 중국에서 만나 이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북한은 지난 6월 평양 근교에 있는 일본인 묘지를 일본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이때 북한 당국자는 전사하거나 기아로 사망한 일본인 약 2천500명이 이 묘지에 묻혀 있으며, 북한 전역에서 일본인 유골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의 송일호 대사는 지난 4월 방북한 사민당 출신의 시미즈 스미코 전 참의원의원에게 “일본인 유족이 성묘를 원한다면 이를 무조건 받아들이겠다”고 표명했습니다.

북한이 일본인 유골 반환 문제와 성묘단 파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실무 회담에 응한 것과 관련해 일본의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은 8일 기자회견에서 “일북간의 적십자사 실무자 회담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언론은 그러나 양국 적십자사가 10년만에 실무자 회담을 개최했다고 해서 이것이 곧2008년8월 이후 중단된 정부간 실무자 급 회담의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하면서도, 새로 출범한 북한의 김정은 체재가 유골 반환 문제를 돌파구로 해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증거라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일본인 유족 16명이 북한에서 숨진 가족의 묘에 성묘하기 위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 북한 방문 비자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쿄 신문에 따르면 나고야와 가나가와 현 등지에 사는 70대에서 80대의 일본인 유족 16명은 다음 달 하순 일본을 출발하여 북한으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북한이 만약 일본인 유족들의 방북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북한에서 사망한 일본인들에 대한 성묘의 길이 70년만에 열리게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