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현장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연평도 조업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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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와 꽃게를 잡는 10톤급 ‘연봉호’는 오전 9시 연평도 선착장에서 출항해 30여 분을 남서쪽으로 이동한 다음 배를 멈춥니다. 꽃게나 새우는 3월이나 돼야 잡힙니다. 하지만 좋은 어장을 확보하려면 미리부터 이렇게 어장 곳곳을 살펴보러 다녀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배가 멈춘 곳에서 북쪽으로 3-4백 미터 근방엔 한국 측 해군 함정 서 있습니다. 북방한계선인 NLL이 가까이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게 합니다.
연봉호의 김재식 선장입니다.
김재식
: 대한민국에 동해도 있고 남해도 있고 서해도 다 있는데, 이렇게 군 함정과 붙어서 조업하는 데는 여기밖에 없을 거에요.
1999년과 2002년 6월에 발생한 연평해전은 두 번 모두 바로 저 해군 함정이 서 있는 곳에서 불과 몇 마일 너머에서 발생했다는 게 김 선장의 설명입니다.
기자
: 저 너머가 북쪽이겠네요?
김재식
: 여기서부터가 다 북쪽이야. 연평해전이 이쪽 지점에서 일어난 거지.
기자
: 당시 상황 설명을 좀 해 주시면…
김재식
: 상황 설명이고 뭐고, 갑자기 포 소리가 나니까, 꽝꽝 꽝꽝하니까, 그래서 보니까 전투함끼리 포 쏘고, 박치기하고, 침몰하고, 그러니까 우리는 도망와 버린 거지. 무전기로 철수 명령 다 내리고.
당시 해전은 언론 보도를 통해 육지 사람들에게도 강하게 각인돼 있습니다. 그래서 육지 사람들은 ‘연평도’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연스레 ‘연평해전’이나 ‘안보’, 또는 ‘긴장’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꽃게잡이 철만 되면 연평도를 ‘전운’이 감도는 지역으로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연평도는 북한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바다에는 항상 군함이 떠 있고 섬에는 “해병 반, 민간인 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군인이 많습니다. 접경지역인 만큼 긴장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주민들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 같은 긴장감이 언론 보도를 통해 너무 과장되는 면이 없지 않다며 한국 언론에 불만을 토로합니다. 연평도 선착장 어귀에서 굴 껍데기를 벗기는 작업을 하던 아낙들은 기자가 찾아와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아 보입니다.
기자
: 방해 안 되게 몇 가지만 좀 여쭤보면 안 될까요?
주민
: 안돼요. 우린 빨리 일해야 하니까…
어민회 회장인 김재식 선주도 기자들이 반갑지 않기는 마찬가집니다.
김재식
: 저희는 기자님들이 오시는 거 별로 그렇게 달갑게 생각하지 않아요. 어업인의 책임자로서. 왜냐면 이게 오히려 분쟁의 소지를 더 만들어 주는 거 아닌가. 그리고 보도가 자꾸 나가면 북한에서도 청취할 텐데. 그 사람들을 더 자극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요.
육지 사람들이 언론 보도를 보고 연평도를 ‘위험천만한 곳’으로 이해하는 이상, “누가 연평도에 관광을 오겠느냐”는 것도 연평도 주민들이 언론 보도에 불만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김재식 회장입니다.
김재식
: 보도상으로 자꾸 때리다 보니까, 외부에 계신 분들은 TV나 라디오 매체를 통해서 ‘곧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생기다 보니까, 어느 관광객이 전쟁 터지는 곳에 관광을 오겠습니까. 그래서 보도 자체를 좀 조심스럽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육지 사람들은 연평도가 ‘위험한 곳’이라는 선입견을 품고 있지만, 연평도 주민들은 이와는 달리 여느 섬에서와 마찬가지로 생업에 종사하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연봉호 선원들에겐 오늘, 올 한해 풍어를 점치게 하는 행운도 찾아왔습니다. 좋은 어장을 확보하기 위해 쳐 둔 꽃게잡이 그물에서 무게 20킬로그램, 길이 1미터짜리 농어가 잡힌 것입니다.
기자
: 이게 농어에요? 와, 정말 크다!
어민
: 오케이, 잘했어! (웃음)
연평도 주민들은 자기 할 일을 하면서 평온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