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 법정에서 '조선민족적대죄'와 '비법국경출입죄'에 따라 각각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미국 여기자들의 석방을 위해 뉴욕 채널과 스웨덴 대사관의 접촉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8일 밝혔습니다.
특히 국무부의 고위 관리는 이날 여기자의 석방을 위한 앨 고어 전 부통령의 방북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에 억류돼 재판을 받은 미국 여기자의 석방을 위해 방북할 인사로 고어 전 부통령이 적합한 인물이라는 입장을 정리했지만 북한 측에서 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어 전 부통령의 방북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북한의 법정에서 여기자에 대한 중형 선고를 예상했던 미국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시 박사는 기본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제하면서 언제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이 시작될지 알 수 없다고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현재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가 좋지 않고 북한이 고어 전 부통령과 같은 고위급 인사의 방북 의사도 수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마바 행정부가 여기자의 석방을 조건으로 북한에 제안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Larry Niksch: 북한은 아무 것도 얻지 않은 상태에서 여기자를 그대로 석방하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가 누군가를 북한에 보낸다 해도 과연 그를 통해 북한에 무엇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미북 간의 협상을 위해서 미국의 고위급 인사가 북한에 가려 해도 북한이 이를 수용해야 하는데 받지 않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별로 없습니다.
닉시 박사는 여기자 문제의 진전을 위해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결국 북한이 원하는 사항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감시와 분배의 조건이 없는 식량 지원의 재개가 가장 실질적인 제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의 지원이 끊긴 데다 미국의 식량 지원이 중단된 이후 북한의 식량 사정은 더 악화됐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여기자 석방의 조건으로 식량 지원의 재개에 큰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닉시 박사는 전망했습니다.
미국 사회과학원 동북아 협력안보프로젝트의 리언 시걸 국장도 여기자를 둘러싼 현재의 상황을 부정적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긍정적으로도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시걸 국장은 미국 정부가 가능한 빨리 고위급 대표를 보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과연 북한이 여기자들의 석방을 위해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알 수 없어 이를 해결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Leon Sigal: 북한법에 따른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 수 없지만 앞으로 협상에 대한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북한이 석방을 위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느냐, 북한은 여기자들을 내보내기 위해 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겁니다. 또 미국과 북한이 이를 위해 어느 정도 선의 접촉이 있었느냐가 관건입니다.
시걸 국장은 여기자의 석방 문제가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미국의 독자적인 금융 제재의 시도, 또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의 재지정 검토 등 정치적인 사안과는 별개지만 여기자 문제를 통해 미국과 북한이 더 많은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 여기자들이 12년의 노동교화형이란 중형을 선고받은 사실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하고, 이들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즉시 석방해 주기를 북한에 촉구했습니다.
백악관도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여기자들의 결백을 주장하고 여기자 문제가 북핵 문제와 연계돼서는 안 된다면서 이들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북한에 요구했습니다.
한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에 보낸 서신에는 미국 여기자들의 석방을 호소하면서도 '미안하다(Sorry)' 는 직접적인 사과는 하지 않았다고 국무부의 고위 관리가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