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령시 식당들, 하루 10명분 음식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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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다녀갔다고 선전하는 함경북도 회령 음식점 거리에 점심시간만 되면 10여명씩 주민들이 모여든다고 합니다. 인민반동원에 열성적으로 참가한 주민들이라는데요. 고된 노역을 강요하고 점심 한 끼로 때우려는 북한 당국의 처사에 회령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보름에 한번 씩 주민들이 모이는 인민반회의에서 고성이 오가고 문을 차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불공정성에 항의하는 주민들 앞에서 인민반장도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차라리 이런 식사 표는 나오지 말았으면 좋겠다”면서 한숨을 쉬는 게 함경북도 회령시 인민반장들의 처지라고 최근 연락이 닿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회령시 소식통에 의하면 지난해 12월 3일, 회령시를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오수용 함경북도 당 책임비서에게 새로 꾸려진 음식점 거리를 정상적으로 잘 운영할 데 대해 지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극심한 식량난을 겪는 함경북도의 형편으로 식당을 운영할 수 없는 처지인데 그렇다고 식당 문을 닫을 경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침을 관철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고심 끝에 짜낸 것이 매 식당들에서 하루 10명분의 음식만 제공하는 것이라는 얘깁니다.

소식통은 “식당마다 하루 10인분씩 음식을 하는데 값은 300원 정도로 눅다”며 “회령관만 손님들이 오는 것만큼 음식을 하는데 그곳은 냉면 한 그릇에 1800원부터 최고 6천원짜리 음식까지 있어 일반 사람들은 갈 엄두조차 내지 못 한다”고 전했습니다.

회령 강냉이 음식점의 경우 300원을 내면 대동강 맥주 한 병, 빵 4개와 펑펑이(팝콘), 강냉이가루 지짐(부침개)이 나온다며 값이 저렴하기 때문에 식사 표를 얻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이러한 식사 표는 한 개 인민반에 두 달이면 3장 정도가 차례지는데 인민반들에서는 거름생산을 비롯한 사회적 과제를 잘 수행한 주민들에게 우선적으로 표를 준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표가 나온 인민반들에서는 주민들간에 큰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 보통이어서 인민반장들도 오히려 골칫거리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이 소식통의 주장입니다.

한편 회령시의 또 다른 주민은 “음식점 거리라는 게 식당 15개를 모아 놓은 정도”라며 “거리라고 말하는 것은 좀 웃기는 일”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회령시 동명동을 중심으로 회령관과 전골식당, 짜장면집, 순두부집, 강냉이 음식집, 토끼고기 전문식당, 청량 음료점, 불고기집, 백살구 술집, 감자음식점, 회령국수집, 회령 생맥주집, 단고기식당(개고기 전문점), 해산물 전문식당이 전부라고 합니다.

이중 회령관만 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고 나머지는 기껏해야 2~30명 정도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는 것입니다.

회령음식점 거리는 지난 2009년 5월 8일, ‘150일 전투’기간에 착공식을 가지고 단 5개월 동안에 건설을 마무리 한다는 목표아래 인민보안부 내무군 산하 8총국 군인들과 회령시 건설 돌격대가 공사를 맡아 진행해왔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설자금으로 80만 달러를 현찰로 직접 보내주어 큰 관심을 끌었으나 건설자재와 자금의 부족으로 지난해 12월에야 겨우 공사를 마무리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령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모 김정숙의 고향이지만 북한에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반대하는 기운이 가장 높은 곳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지난 2008년 3월에 일어난 김정숙 생가 방화사건을 비롯해 올해 봄에는 김정일을 반대하는 삐라 살포사건이 터져 큰 소동이 일었고 지난 8월 15일에도 회령관 폭파소동으로 하여 회령교원대학 학생들까지 동원해 음식점 거리 경비를 서는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소식통들은 “식당만 번듯하게 지어놓아서 뭘 하냐?”며 “제대로 운영도 못하는 식당들 때문에 온 회령 땅이 싸움판으로 변한 것 같다”고 절대 부족한 식사 표를 둘러싼 주민들의 갈등이 심각함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