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 당국은 서해상에서 표류 중 남하했다가 송환된 북한 주민들을 모아 기자 회견을 열고 이 장면을 조선중앙방송 등 관영매체를 통해 반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을 선전에 이용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지켜본 주민들은 당국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중국을 오가며 소규모 무역을 하는 평양 주민 주 모 씨(화교)는 북한주민들이 남한에서 송환된 사람들의 기자회견을 보며 그들이 말하는 내용보다 장차 그들의 신변에 닥칠 어려움을 더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난 후 이 사람들이 과연 어떤 처벌을 받을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얘기입니다. 주 씨는 또 기자회견 내용이 당국에서 미리 작성한 각본대로 따라 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주민들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북한에서 살다가 최근 중국에 정착한 북한 출신 화교 류 모 씨의 얘기도 비슷한 내용입니다.
남한에 귀순하겠다고 남은 4명의 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번에 북한으로 돌아온 사람들도 이미 특별 관리 대상으로 분류됐을 것이라면서 특히 송환된 주민들 중 세대주가 포함된 경우에는 량강도나 자강도 등지의 산간 오지로 강제 이주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류 씨는 이렇게 북한 방송이 송환자들의 기자회견을 연일 반복해서 방송해도 전기 가 들어오지 않아 텔레비전을 볼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 자체를 모른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송환된 사람들은 기자회견에서 남한에 귀순의사를 밝혀 송환에서 제외된 4명이 남한 당국의 학대와 협박 속에서 갖은 고생을 다 한다고 주장했지만 북한 주민들 중 이런 내용을 믿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의 ‘자유북한 방송’은 지난 23일 “보위부 요원들까지도 내놓고 말은 안하지만 잘사는 남한에서 북한 주민을 강제로 억류하고 있다는 말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고 자기들끼리 수근 거린다”고 보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