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화 교육은 고위 간부들 길들이기용

북한 대남 실세였던 최승철 전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대남 사업의 실패로 해임된 뒤 황해도 지역의 어느 닭 공장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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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은 고위 간부들에 대한 혁명화의 경우,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간부들을 통제하고 길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돼 왔다고 전합니다.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그게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참 무서운 일이거든요. 자기가 하던 일을 떠나 자기 명예와 자기 모든 것을 다 빼앗기고 말하자면 인간 이하의 책벌을 받습니다."

'혁명화'를 경험했던 탈북자 김태산 씨는 북한 간부들의 경우, 언제 '혁명화'의 대상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늘 불안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면서 혁명화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언론은 11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해임된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최승철 전 부부장이 황해도 지역의 닭공장에서 '혁명화'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고위간부들이 과오를 범했을 때 일정 기간 주로 공장이나 광산, 농장 등 생산 현장에 보내 정신 개조를 시킨다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입니다.

'혁명화'는 김일성.김정일부자의 최측근이었던 사람이라도 말단 노동자가 되어 온갖 수모를 겪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로 알려진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도 2번이나 혁명화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70년대 말 당시 남포의 강선제강소에 내려가 2년 넘게 작업반장으로 일한 뒤 80년에 다시 중앙당에 복귀했습니다.

2004년에는 당내 파벌을 만들어 세력화를 꾀하고 방탕한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한때 잠시 좌천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김용순, 김중린 당중앙위 비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최수헌 부상, 김영춘 인민군 총참모장, 장성우 3군단장, 오극렬 당중앙위 작전부장 등 권력 중심에 있던 고위 간부들이 이 혁명화를 통해 곤욕을 치뤘습니다.

고위 간부 출신의 탈북자는 "간부 세계에서 혁명화는 거의 통과의례처럼 일상화되어 있다"면서 "실제로 고위 간부 가운데 혁명화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업무상 중대한 실책보다는 주로 사소한 말 실수나 사생활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김정일 위원장이 간부들을 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혁명화'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태산 씨의 설명입니다.

김태산: 혁명화라는 것은 공산주의자들이 자기들의 정치적인 견해를 반대하는 자들을 제압하기 위한 한마디로 말해 주변 사람들을 길들이깁니다.

'혁명화'는 현직에서 물러나 지방으로 쫓겨나지만 보통 6개월에서 3년 정도 지나면 현직으로 복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권위에 손상을 주는 행위를 하면 무조건 종파 분자로 몰려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돼 영원히 노동자로 살아야 한다고 탈북자들은 전합니다.

인민군 고위 간부의 경우, 중노동 현장에 보내지 않는 대신 강등과 보직 해임으로 '혁명화'를 대신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80년대 중반 인민무력부장 오진우와 총참모장 오극렬 간의 힘겨루기가 벌어지자 당시 김일성 주석은 오극렬 총참모장을 해임하고 '김일성고급당학교'에서 민방위부장으로 일하게 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오극렬 총참모장을 따르던 김영춘 작전국장을 비롯해 장성우 정찰국장 등도 강등 내지 좌천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