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10대 뉴스] ⑨금강산 피격사건-남북 교류협력에 결정적 ‘찬물’

2008년이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저희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2008년 한해를 돌아보는 ‘RFA 10대 뉴스’를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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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홉 번째 시간으로, 지난 7월 11일 금강산에서 한국인 여성 관광객인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초병이 쏜 총탄에 맞아 사망한 사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박왕자 씨의 아들인 방재정 씨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방 씨는 사건 당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개원연설 내용이 '서운하고 실망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또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현대아산을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박성우 기자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저희가 금강산에서 발생한 박왕자 씨 피격 사건은 보도를 많이 했습니다만, 청취자들을 위해서 사건발생 경위부터 정리를 좀 해 주시죠.

박성우:

네, 사건은 지난 7월 11일, 해가 뜰 시점에 발생했습니다. 장소는 금강산 관광구역에 있는 해변입니다. 여기서 북측 초병의 총격을 받아 박왕자 씨가 사망했다는 게 당시 통일부의 발표 내용이었습니다. 금강산에서 남측 관광객이 억류된다든지, 이런 사고가 과거에 있기는 했습니다만, 관광객이 총에 맞아 사망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남북관계를 더 얼어붙게 만든 이유였지요.

정부는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사건 당일 대책반을 꾸렸구요. 사고 발생 다음날인 12일부터는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북측은 아직도 남측이 만족할만한 진상조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금강산 관광은 여전히 재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시간이 꽤 흘렀는데. 박왕자 씨 가족은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박성우:

네. 올 한해가 제일 힘들었던 분들이죠. 박왕자 씨의 아들인 방재정 씨와 인터뷰를 해 봤습니다. 시간은 흘렀지만, 여전히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들어보시죠. 방재정: 거의 반년 가까지 지나가고 있는데요. 많이 잊혀졌다고 하긴 그렇고. 어느 정도 마음 속에서 삭혀지기도 했고. 시간이 지났으니까. 저도 사람인지라, 조금씩 조금씩 그거(사건)에서 빠져나오고, 잊어가고, 그런 상태라고 보면 되겠네요.

방 씨는 또 자신은 물론이고 아버지도 “앞으로 금강산은 쉽게 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금강산뿐 아니라 바다조차도 무거운 의미로 다가온다”고 덧붙였습니다. 금강산 해변에서 사고가 발생한 때문이지요.

진행자:

방재정 씨가 말씀은 담담하게 하셨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 답답한 게. 당시 금강산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게 속시원하게 밝혀지질 않고 있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진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나마 한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모의 실험을 해서 밝혀낸 내용이 있긴 합니다. ‘박왕자 씨는 정지한 상태, 또는 천천히 걷던 중 100미터 이내의 거리에서 총에 맞은 것으로 보인다’는 게 모의실험 결괍니다.

하지만 박왕자 씨의 이동 경로나 정확한 피격 시간, 그리고 총격을 가한 북측 초병의 숫자, 이런 건 알 수가 없습니다. 현장에서 진상조사를 하는 게 필수적인 이윱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진상조사를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박성우:

네, 북측은 사건이 발생한 지점이 관광객들의 이동이 허용된 곳이 아니라 “군사 지역”이기 때문에 이곳에 남측 당국자들이 와서 조사를 한다는 것은 “주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펴면서 진상조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방재정 씨는 진상 조사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보였나요?

박성우:

네, 진상조사는 꼭 필요한 당연한 절차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 북한 땅에서 북한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기 때문에 진상조사를 통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고자 하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도 당연한 권리”라고도 말했습니다.

또 진상이 밝혀지면 ‘누가 잘못을 했는지’ 그러니까 박왕자 씨가 군사지역에 들어갔기 때문에 북측 초병이 교전 수칙에 따라 총을 쏜 것인지, 아니면 북측이 과잉 대응을 한 것인지, 또는 고의적으로 총을 쏜 것인지. 이런걸 다 알 수 있지 않냐는 게 방재정 씨의 생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측이 진상조사를 꺼리는 데는 뭔가 감추고 싶은 게 있기 때문 아니겠냐고 방 씨는 말했습니다. 방 씨의 말을 다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방재정:

북한 입장에서 상당히 잘못하고 미안해 할 내용이 있다고 밖에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이 사과할 것이 없다면 밝혀서 꺼릴 게 뭐가 있겠습니까? 정리하자면, 북한이 사과할 것이 없다면 진상조사도 미룰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적으로 북한이 뭔가를 잘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방재정 씨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총을 쏜 당사자인 북측 초병에 대해서는 나쁜 감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들어보시죠.

방재정:

제 입장에서는 초병이 초병 수칙에 따라서 발포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는 ‘왜 발포를 했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 봤고,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나’ 싶기도 했지만, 일단 그 당사자에게는 특별한 악감정은 없습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을 감추려고 하는 북한의 태도와, 지금 보여 줄 수 있는 패는 다 보여주고 모든 것을 다 해봤다고 보는 (한국) 정부가 더 이상 할 게 없는 것이 좀 한스러울 뿐이고.

진행자:

네. 방재정 씨 나이가 올해 24세던데. 어머니에게 총을 쏜 북측 초병에게 ‘특별한 악감정이 없다’는 말을 하는 걸 보니까, 참 마음 씀씀이가 넓은 청년인 것 같습니다. 방재정 씨 희망대로 진상조사가 꼭 이뤄져서 박왕자씨가 왜 총에 맞았는지를 밝혀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 다시 사건 당일로 가 보겠습니다. 금강산에서 사건이 발생한 날,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개원 연설을 하면서 ‘남북 전면 대화’를 제안했지요?

박성우: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데로 ‘전면적 남북 대화’를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두고 남한 사회 내에선 여론이 엇갈렸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개원식 연설을 시작한 건 오후 2시 20분 경이었는데, 금강산에서 발생한 사건을 보고받은 시점은 50분 정도 이전인 1시 30분 경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금강산에서 한국인이 북한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걸 알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이 사건에 대해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던 거구요. 이것 때문에 논란이 있었던 거지요.

박왕자 씨의 아들, 방재정 씨도 “나라 밖에서 국민의 한 사람이 총에 맞아 사망했는데, 대통령이 이걸 알았으면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게 솔직히 많이 서운하고 실망스러웠다”고 밝혔습니다.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방재정

: 뭐 구체적으로 많이 언급을 한다기보다도, 일단 그런 상징적인 자리에서 한 번 정도 언급을 해 줄 수 있지 않았나. 그리고 굳이 북한을 비난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러 이러한 일이 있었다, 방금 보고를 받았고,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정도는 언급해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진행자:

네,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에 방재정 씨가 ‘얼마나 심적인 고통이 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 그런데, 당시 사건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현대아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왜냐면 박왕자 씨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관광객들이 억류된다든지, 그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금강산 관광 주관 회사인 <현대아산>이 사전에 관광객들에게 안전 교육을 철저하게 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또 북측은 당시 사고가 군사지역에서 발생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군사지역에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 같은 걸 현대아산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설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됐습니다. 방재정 씨의 말을 다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방재정:

‘이곳을 가면 정말 위험하다’라고 확실하게 경고를 해 놓고, 확실하게 막아뒀다면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거 아닙니까. 일단 접근이 용이할 수 있게 만들어 둔 것 자체가 상당히 잘못된 것이고. 그 다음으로 (안전) 교육이 너무 가볍게 이뤄졌다는 것. 물론 교육을 했을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죽음을 당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을 너무 가볍게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점이 현대아산에 있어서 가장 서운하고 불만스럽고 가장 탓하고 싶은 부분이구요.


진행자:

네, 방재정 씨가 관광객들을 위한 안전교육이 부족했다는 점, 그리고 북한이 진상조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 이런 걸 지적해 주셨는데요. 금강산 관광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들이 다 해결되야겠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게 1998년이니까 올해가 10주년이 되는 해이고, 또 남북 화해의 상징처럼 인식된 사업이 바로 금강산 관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풀리면, 금강산 사업을 재개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결 과제는 어떤 형식과 방법을 거치든,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이런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조치를 강화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방재정 씨도 자신의 어머니가 당했던 “어처구니 없는” 죽음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안전조치가 강화된 다음에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네, 박성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박성우:

네 감사합니다.

진행자:

오늘은 RFA 10대뉴스 아홉 번째 시간으로 금강산에서 발생한 한국인 관광객 피격 사건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RFA 10대 뉴스 마지막 순섭니다. 북한의 핵 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의 성과를 점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