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설주 등장, 북 변화 징후로 보기엔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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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부인으로 최근 대중 앞에 공식 등장한 리설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과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노력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최근 북한의 새 젊은 지도자 김정은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콩 주간지 ‘아주주간’은 최신호에서 북한 주민이 리설주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고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도 리설주에 대해 ‘귀여운 분’, 또 ‘멋지다는 말이 딱 맞는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프랑스와 핀란드 등 유럽 언론도 북한 지도자의 부인 리설주에 대한 보도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북한의 변화 가능성 등과 연관시켜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비서가 리설주를 대동하고 공개 석상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를 주로 북한 주민에게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을 선전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 사회과학원(SSRC)의 리언 시걸 박사의 말입니다.

리언 시걸 박사: 마치 영국의 왕실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북한의 정책 변화 등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외부 세계보단 주로 북한 내부 주민에게 보여주긴 위한 행보로 평가합니다.

유럽 최대 일간지인 핀란드의 ‘헬싱키 사노맛’도 최근 분석기사에서 리설주의 등장과 관련해 “점점 더 불안해하는 북한의 젊은 세대들을 달래기 위한 (북한 당국의) 기만적인 선전술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신범철 북한군사연구실장도 최근 한국 언론 기고문에서 북한의 상징조작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면서 리설주의 등장 등으로 북한이 변할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감을 갖는 것은 “북한의 심리전에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학대학원(SAIS)에서 방문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 동국대학교의 김용현 교수는 앞으로 북한이 서방 세계와의 관계를 개선하길 원한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여지는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용현 교수: 젊은 지도자와 그 부인의 모습을 세련되게 보여주면서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으로 가고 있고 또 외부와의 관계도 좀 더 적극적으로 풀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근본적으로 당장 변한다는 의미보다는 북한도 외부와의 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는 뉘앙스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최근 한국 언론 기고문에서 부인을 대동하고 현지지도에 나서는 김정은 제1비서의 파격적인 행보를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폄하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김 제1비서도 정책 변화를 통해 민생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는 북한 주민의 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