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량미 원호운동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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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 극심한 식량부족에 직면한 북한 당국이 전 주민들을 상대로 군량미 헌납운동에 들어갔습니다. 군량미 확보를 위해 대체식량까지 무차별적으로 거두어들이면서 먹을거리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이 지난 12일부터 주민들을 상대로 군량미 헌납운동을 강력히 호소하고 나섰다고 여러 대북소식통들이 확인했습니다.

"형식상 자발적인 헌납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강제적"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공통된 주장입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평안북도 소식통은 "지난 10일, '선군시대 영웅인민의 본분을 자각하고 인민군 원호운동에 양심적으로 참가하자!'라는 중앙당 지시문(강연자료)이 내려왔다"며 "12일부터 각 공장, 기업소, 인민반들에 포치(선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연사군의 또 다른 소식통은 "13일 저녁에 군량미를 바칠 데 대한 인민반 회의가 있었다"며 "감자만 제외하고 아무 곡종이나 바쳐도 된다"고 전했습니다.

군량미 지원과 관련해서 양강도의 소식통도 "형식상 자원성의 원칙에서 양심적으로 바치라고 선전하고 있다"며 "하지만 조직별로 생활총화를 통해 얼마나 바쳤는지를 총화하기 때문에 실제에 있어서는 강제적인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소식통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북한 당국은 강연회 형식으로 된 지시문을 통해 지금 우리 군인들이 식량이 부족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밥술을 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양심적으로 군량미 원호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우리 군인들이 혹한속에서 통강냉이 죽을 먹으며 초소를 지키고 있다"며 식량문제의 심각성을 노골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북한의 경우 군량미 모집은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1997년 봄과 새경제관리체계가 발표되기 직전인 2002년 3월에 있었으며 당시에는 입쌀(벼)과 강냉이로 한정하여 거두어 들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군량미 모금의 경우 입쌀과 강냉이는 물론 줄당콩(울타리콩), 팥, 메주콩, 밀, 보리를 비롯해 감자를 제외한 모든 대용식량이 포함되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전체 계획된 군량미 160만톤 중 60%에 해당하는 96만톤을 황해북도가 전담하고 기타 물량은 당국이 10만톤 담당 군으로 정한 28개 군에서 징수한다는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계획된 물량을 채우지 못하자 올 가을 모든 시, 군 협동농장들을 대상으로 추가로 군량미를 거두어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군량미를 거둬들이고도 전체 주민들을 상대로 군량미 긴급 모집에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 인민보안부 타격대를 신설하고 내무군 인원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평양시 건설을 비롯한 돌격대 인원을 기존의 10만명 선에서 50만명 정도로 늘렸기 때문에 당국이 먹여 살려야 할 인원이 예전보다 3분의 1정도 늘었다는 게 소식통들의 분석입니다.

북한 당국이 군량미 모집을 선포하고 난 후 장마당들에서 입쌀이 2천원, 강냉이는 900원선까지 뛰어 오르는 등 먹을거리 가격도 급상승 하고 있습니다.

소식통들은 "지난해 가을 남새(채소)가 잘 안되다 보니 군인들에게 우선 공급했지만 군관(장교)가족들과 후방간부들이 다 빼돌렸다"며 "군인들이 지금 염장배추조차 없어 맨 소금국을 먹고 있다"고 군 내부 실태를 고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