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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한 미국과 한국, 국제사회의 쌀 지원 가운데 북한 주민이 선호했던 것은 다름 아닌 쌀을 담은 마대 자루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마대 자루만 따로 사고파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대북 지원이 뚝 끊기면서 마대 자루도 희귀한 물건이 되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USA', '대한민국', 'UN'.
그동안 미국과 한국, 유엔 등이 북한에 쌀을 지원할 때마다 쌀을 담은 마대자루에 쓰인 글입니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쌀 지원에서 쌀 못지않게 북한 주민의 관심을 끈 것은 바로 이 마대자루. 질이 좋고 튼튼해 쉽게 헤어지지 않기 때문에 공사현장과 작업장 등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 사이에서 이 마대자루는 인기가 높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미국과 한국 등의 식량 지원 가운데 마대 자루만 따로 파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최근 미국 동부지역에 정착한 탈북자 김선일(가명) 씨는 자신도 북한에서 동원 현장에 나갈 때 흙과 모래를 담기 위해 '대한민국'이라고 쓰인 마대자루를 직접 구매하기도 했으며 중국산보다 워낙 품질이 좋아 한국 마대자루만 사서 쓰는 사람들도 있다고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자신도 한국의 마대자루를 많이 사서 써 봤다는 탈북자 김 씨는 비록 지원된 쌀을 먹어보지 못했지만 국제사회의 지원 중에서 한국 마대자루의 질이 제일 좋다는 소문은 북한 주민 사이에서 다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한국 마대자루만 따로 파는 사람들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장마당에서 팔리는 한국 쌀 못지 않게 한국 마대자루의 인기 또한 높았다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도 외부에서 쌀 지원이 오면 북한군 '보위사령부'와 '국가보위부' 등 권력기관의 간부들이 지원된 식량의 마대자루를 회수해 돈을 받고 마대자루의 일부를 유통시키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도매상과 농민들을 비롯해 쌀장사와 조개잡이 등에 종사하는 주민은 늘 마대자루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 또는 한국의 마대자루를 선호했으며 화폐개혁 이전 당시 한 개 당 100원 이상을 주고 사서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북한에서 확산하는 한류의 열풍과 함께 의류와 가전제품 그리고 생필품까지 한국산 제품의 인기가 높아가는 가운데 마대자루조차 미국, 또는 한국산이 제일 좋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이 잘 사는 곳임을 인식하게 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2009년 미국의 쌀 지원이 끊기고 한국도 2007년 이후 식량 지원을 중단하면서 질 좋은 마대자루도 북한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 미국과 한국의 인도주의적 대북 지원이 재개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가운데 쌀 지원이 다시 시작된다면 많은 북한 주민이 지원된 쌀을 먹어보기는 어렵겠지만 쌀을 담았던 마대자루를 사서 이용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라고 탈북자 김 씨와 소식통은 입을 모았습니다.
미국과 한국 등에서 만든 마대자루는 '폴리프로필렌'이라는 수지를 이용했으며 가볍고 단단해 모래주머니나 쌀자루로 쓰이고 있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또 다른 탈북자도 한국의 백령도나 연평도와 인접한 북한의 해안에서 바다를 통해 흘러들어온 플라스틱 페트병을 건져 사용하는 주민도 있었다며 음료수 페트병만으로도 남북한의 삶의 질이 얼마나 다른지를 비교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