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6자회담과 관련한 라이스 장관의 발언과 언론 회견이 지난주 집중적으로 이어졌는데요.
답:
우선 지난 16일 유엔본부에서 기자들을 만난 라이스 장관은 부시 행정부 임기 마지막까지 북한 핵 검증의정서를 채택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 대한 불능화 조치를 취한 것은 북한 플루토늄 핵문제를 처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진전이었다고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6자회담을 통한 북핵 검증안의 마련이 북한 핵문제의 근본까지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라이스 장관이 ‘북한을 믿는 사람은 바보’라는 발언을 한 것이 큰 화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17일 외교협회(CFR)에서 학생들과 외교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했는데요. 그 자리에서 “아무도 북한을 믿고 있지 않다. 누가 북한을 믿고 있단 말인가? 만약 북한을 믿는다면 그 사람은 바보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 핵신고에 대한 검증체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Nobody was trusting of the North Koreans. I mean, who trusts the North Koreans? You'd have to be an idiot to trust the North Koreans. That's why we have a verification protocol that we are negotiating.)”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미국이 북한을 너무 믿은 것 아니냐는 질책성 질문에 대한 라이스 장관의 대답이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이어 북한의 나쁜 행동에 보상을 할 수 없으며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와 검증 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 북한은 그들이 절실히 원하는 중유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18일 외교협회 측과 가진 별도의 회견을 통해서도 북한이 검증의정서를 둘러싼 모호성을 없애기 위해 미국 측과 구두로 합의해 놓고 이를 공식적인 문서로 만드는 것을 거부해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6자회담은 유용한 외교적 틀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문:
라이스 장관은 미국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서도 재차 ‘북한을 믿지 않았다’는 발언을 했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21일 미국 NBC 방송에 출연한 라이스 장관은 북한을 믿지 않았고 그 때문에 북한 정권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더 강력한 절차를 요구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 정부가 북한을 너무 믿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지금 검증의정서 문제를 가지고 협상을 벌이는 것도 북한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6자회담이 지금까지 거둔 성과 중에서 2005년 9월 이후 북한은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더 생산하지 못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이어 북한의 핵문제는 6자회담이라는 틀 속에서만 성과를 거둘 수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것이 달성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문:
라이스 장관이 이렇게 계속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발언을 하는 배경은 어디에 있습니까?
답:
네, 일단 이달 초 6자회담이 핵 검증의정서 합의에 실패하고 성과 없이 끝난 후 미국 내에서 많은 비판 여론이 제기됐고 그에 대한 반박의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면 미국 내 보수시각을 대변하는 신문인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경우 지난주 사설에서 라이스 장관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실패한 원인은 외교적 진전의 모양새를 진정한 핵폐기보다 더 중요시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신문은 북한이 앞서 미국 측에 핵검증 이행에 대해 문서로 합의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하면서 미국의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될 수 있었지만 미국의 양보를 얻어낸 북한은 그 구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시 말해 미국이 약속을 지킨 적이 없는 북한을 순진하게 믿었다는 비판인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정책을 쓰면서 북한 비핵화 2단계, 즉 핵시설 불능화 단계를 마무리하길 기대했는데 6자회담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라이스 장관이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문:
라이스 장관은 차기 오바마 미국 행정부도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부시 행정부의 해법을 따르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안이 없을 것이란 취지의 발언도 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지난 19일 영국 신문 파이낸셜 타임즈와 회견에서 이란의 핵문제를 우선 예로 들었습니다. 부시 행정부 2기에서 취한 대이란 정책은 러시아, 중국 정부는 물론 유럽연합 등과 공조한 것이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부시 대통령이 추진하던 다자 접근법으로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 말고는 별 도리가 없을 것이란 말인데요. 그러면서 라이스 장관은 북한 핵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더불어 남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모두 6개 나라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회담을 진행해 온 만큼 이 6자회담의 틀을 오바마 행정부가 쉽게 깰 수 없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mc: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내놓은 발언 내용과 그 배경 등에 관해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