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특권층, 한국산 쿠쿠 밥솥에 매혹

앵커: 아침 일찍 일어나 석탄불에 가까스로 밥을 지어 먹고 출근하는 북한 주민들, 겨울이라 고생 많으시죠, 하지만, 북한 특권층 부인들은 버튼만 척 누르면 밥이 저절로 되는 한국산 쿠쿠밥가마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얼마 전 평양을 방문했던 한 중국인 방문자는 한 북한 고위층의 집에 갔다가 부엌에서 들려오는 낯이 익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보안상 관계로 익명을 요구한 이 중국 사업가는 "부엌에서 '맛있는 밥이 완료되었습니다!'라고 알려주는 한국 압력밥솥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1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그는 "자기가 다녀온 집은 북한에서 한다하는 간부의 집이었다"면서 "그의 집에서 한국제품을 쓴다는 것은 이례적이었다"고 떠올렸습니다.

그는 그 집 부인으로부터 쿠쿠밥솥을 미화 170달러를 주고 샀다는 말을 듣고, 평양 사람들 속에서 한국산 압력밥솥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그는 "북한 고위층들이 사는 중심구역에는 전기가 잘 들어와 전기밥솥을 쓰는데 지장이 없었다"면서 "어떤 집은 LPG가스통으로 밥을 지어먹는 등 웬만한 중국 사람의 수준과 다를 바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고위층들은 TV나 냉장고 등은 중국산이나 일본산을 구입할 수 있지만, 쿠쿠밥솥은 한국산이 최고기 때문에 갖추어놓았다는 말도 들었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또 "그의 집에는 42인치짜리 파나소닉 LCD 평면 TV도 거실 중앙에 비치되어 있었다"면서 "요즘 고위층들 속에서 평면 TV와 평면 컴퓨터를 갖춰놓는 바람이 불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대부분 특권층의 집에는 최근 중국에서 출시되는 창홍 LCD 평면 텔레비전 등 중국 전자제품 매장에서 볼 수 있는 제품들이 눈에 띈다"면서 "한국 전자제품도 새로 출시되면 약 6개월 정도면 평양 고위층의 집에서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때 "간부들 속에서 한국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방침이 내려와 웬만한 고위간부들은 자기 집에 손님을 대체로 초청하지 않는 편이라고 이 중국인의 설명했습니다.

중국 단동에서 한국제품을 중개 판매하는 한 상인도 "한국제 쿠쿠밥솥과 보온밥통을 구해달라는 북한 무역 간부들의 개별주문을 받고 있다"면서 "쿠쿠밥솥은 새것은 미화 300달러, 중고품은 150~170달러에 거래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 사람들이 쿠쿠밥솥을 좋아하는 이유는 쌀밥은 물론 현미밥이나, 죽도 끓일 수 있어 좋아한다"며 "밥을 안치고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밥이 되고, 다 되면

알려주기 때문에 고위층들이 쓰기에는 제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북한 간부들이 표면적으로는 한국 제품 사용을 통제하면서도 자기들은 쓰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국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의 말입니다.

김광인:
북한이 지금 경제가 바닥상태지만, 내부적으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당 간부들이나, 일부 사람들은 그런 왜곡된 경제체제하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어요.

다른 북한 전문가도 "특권층들은 사치와 향락을 위해서라면 질 좋은 한국산과 미국산을 다 쓰고 있다"면서 "특권층의 이러한 소비문화는 김정은 체제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