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미국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오는 16일부터 닷새 간 북한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북한이 그를 통해 미국 측에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 측이 자신이 원하는 조건 하에서 미국과 대화를 재개하자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아시아태평양 한국학연구소 부소장은 9일 북한 측이 현 시점에서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을 받아들인 것은 철저히 계산된 행동이라면서 리처드슨 주지사를 통해 북한은 자신이 원하는 조건으로 미국과 한국 측이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을 역임한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북한이 각종 성명과 심지어는 군사공격을 통해 한미 두 나라에 북한이 원하는 식으로 협상에 임하라는 압박을 가해왔다면서 이번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 허용도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Straub:
The North Koreans have, through their statements and even their military attacks, been trying to put pressure on the US and South Korea to enter into negotiations with North Korea on North Korean term.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북한이 원하는 협상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비롯해 북한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한국과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북한 측이 리처드슨 주지사를 통해 평화협정 체결 등 북한이 선호하는 의제를 중심으로 대화를 재개하자는 의사와 함께 북한은 얼마든지 한반도의 위기를 더 고조시킬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도 내놓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Klingner:
They are trying to send the message, I think, 'we can raise tensions but we are also willing to come back to some kind of engagement but on North Korean terms.'
클링너 연구원은 리처드슨 주지사가 공식적인 미국 정부의 메시지를 북한 측에 전달하지는 않겠지만 미국은 북한의 도발행위를 크게 우려하고 있으며 북한이 핵폐기 의무 등을 이행할 진정한 의지를 내보이지 않는 한 대북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 측의 확고한 입장을 전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도 북한은 앞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초청했을 때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했을 때, 또 연평도 포격 후에도 대화를 원한다고 주장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리처드슨 주지사의 이번 방북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은 북한 측이 원해서라기보다는 리처드슨 주지사 측의 의지가 더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 당국자들은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과 관련해 친분이 있는 리처드슨 주지사와 대화(chat)를 나누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앞서 리처드슨 주지사의 토니 남궁 수석고문은 지난 9월과 11월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해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과 관련해 북한 측과 조율했습니다.
한편,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방북 계획을 밝힌 리처드슨 주지사는 최근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킨 북한의 행동에 우려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방북이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