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맥주’ 평양시민만 마실 수 있어

'대동강 맥주' 광고가 조선중앙TV에 나간 뒤, 북한에서 맥주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0:00 / 0:00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맥주 광고는 내부 주민들을 독려하기 위한 일환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상업광고를 거의 하지 않던 북한이 지난 7월 초부터 '대동강 맥주' 광고를 시작한 후, 맥주 수요가 급증했다고 북한 잡지 '통일신보'가 8일 전했습니다.

딱딱하고 경직된 모습만 보여주던 북한 텔레비전에서 경쾌한 경음악이 흐르고 남녀가 번갈아 '흰쌀맥주'를 소개하는 모습은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진행하는 상업광고와 닮은꼴입니다.

이 맥주 광고는 "국제규격화 기구의 품질인증(ISO 9001)을 획득했고, 품질 및 위생안전성 담보"라는 등 대동강 맥주가 품질과 위생 면에서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과거 북한은 평화자동차나 화장품, 사탕 등 일부 생활필수품을 정지사진으로 소개했지만, 이렇게 상업광고를 동영상으로 길게 내보내기는 처음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본주의 상업광고 형태를 점차 받아들이는 움직임으로 봐야 할 거라고 분석합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입니다.

“북한체제가 사회주의적이지만, 자본주의 선전 같은 것들이 조금씩 들어간다고 봐야 할 것 같고, 북한 내부 주민들에게 김정일 위원장이 주민들을 위해서 이러저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 맥주 같은 것도 공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은 계획경제이기 때문에 소비와 생산의 균형을 맞춘다는 의미에서 자본주의식 상업광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진행하는 맥주 광고는 ‘150일 전투’에 지친 주민들에게 김정일 위원장의 ‘인민행보’를 선전하는 효과도 노렸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평양 출신 탈북자들도 북한에 있을 당시 대동강맥주에 대한 주민들의 인기가 높았다고 말합니다.

“스트레스 풀 데가 거기밖에 없으니까, 그냥 퇴근하면서 자기 마음에 맞는 친구들끼리 동료들끼리 들려서 한 잔씩 마시고, 모든 식당에서 다 판다고 보면 되요.”

동영상 맥주 광고에도 맥주를 마시는 노인부부와 서있는 주민들의 모습을 비추면서 “수도에 새로 생겨난 풍경”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일반 주민들까지 대동강 맥주를 임의로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2007년 북한을 나온 한 탈북자는 말합니다.


“우리 집에 카드가 배정되니까, 그것으로 한 달에 4번 마실 수 있어요. 한 주일에 한 번씩 그리고 더 마시고 싶으면 야매(암표)로 사서 마셔요. 야매로 파는 맥주는 한 조끼에 75원씩, 두 조끼에 150원을 주고 사 마셔요.”

북한은 평양시민들에 한해 세대별로 맥주 표를 공급했습니다.

국가에서 공급한 이외에 맥주를 더 마시고 싶은 사람들은 맥주집 근처나 동네에서 몰래 파는 맥주 표를 사서 마신다는 것입니다.

2007년경 북한이 공급한 맥주 가격은 25원이지만, 암표로 사서 마실 경우, 150원을 내야 했다고 이 탈북자는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