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영호 찍은 ‘1호 사진’ 대거 수거

0:00 / 0:00

앵커: 북한이 지난 7월 숙청당한 리영호 전 북한군 총참모장이 찍힌 1호 사진을 대거 수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때 신망이 높았던 리영호의 숙청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의혹을 품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리영호 전 인민군 총참모장이 찍힌 1호 사진을 모두 거둬들이고 있다고 복수의 북한 소식통들이 2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얼마 전 중국에 나온 한 북한 주민은 "중앙에서 그를 반당·반혁명분자로 낙인찍었다는 소문은 지난 8월부터 돌기 시작했다"면서 "인민군대 산하 당위원회에서 제일 먼저 리영호의 사진을 걷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평안북도 염주군 8군단 산하 한 군관도 집에 붙어있던 1호 사진을 정치부에 갖다 바쳤는데, 아직 받았다는 말이 없다"면서 "1호 사진에 있는 리영호의 사진을 먹칠해서 다시 돌려줄지, 아니면 완전 회수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리영호 관련 사진 수거 작업은 현재 군대 뿐 아니라, 민간인을 상대로도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는 "리영호가 김정일 때부터 1호 행사에 많이 참가했기 때문에 민간인들과 찍은 사진도 적지 않다"면서 "군수공장 노동자들은 가보로 여겼던 1호 사진을 회수해가자, 공포와 허전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1969년 김창봉 당시 민족보위상과 허봉학 총정치국장을 숙청한 다음, 그들의 사진에 까만 먹칠을 해서 다시 배포해 '1호 사진'의 품위를 떨어뜨린 전례가 있습니다.

이 소식통은 "리영호의 1호 사진이 워낙 많아 사진을 완전히 수복하는데도 상당한 품과 시간이 들 것"이라면서 "리영호 숙청은 주민들에게 상당히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리영호 전 총참모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 때 영구차를 호위하고 맨 앞에서 나갈 만큼 유명했는데, 하루아침에 '반당혁명분자'로 떨어지자, 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평양 시민들은 '리영호가 진짜 나쁜 사람이라면 (김정은과) 가까이 있을 때 무슨 일(사고)이라도 쳤겠지만, 아무 일 없는 걸 봐선 나쁜 사람 같지 않은데, 왜 숙청됐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혀를 찬다"고 주민 반응을 전했습니다.

평안북도 지방의 또 다른 북한 주민도 리영호의 거취와 관련해 "간부들조차 그가 있는 정확한 장소를 알 지 못한다"면서 "일부에서는 처형됐다는 말도 있고, 한편에서는 뇌출혈을 당해 바깥출입이 어려운 상태라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간부들이 혁명화 간다고 해서 사진까지 모두 압수하진 않는다"면서 "리영호의 사진을 모두 회수한 걸 봐서는 다시 재기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주민들의 이러한 민심 불안을 우려한 듯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요즘 들어 공안기관을 부쩍 강화하고 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교수의 말입니다.

김용현 교수: 김정은 체제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내부 결속을 꾀하면서도 그 과정에 누수현상은 최소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들이 표현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달 말 김정은 제1비서는 리영호 전 총참모장의 모교인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찾아 당과 지도자에 충실하지 않은 자는 아무리 군사가 다운 기질이 있어도 우리에겐 필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