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미림승마 구락부로 가는 거리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평양시내에서 운행되던 궤도전차 노선 일부를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평양시 궤도전차 레일을 일부 걷어내고 대신 버스를 도입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평양을 자주 왕래하는 한 중국인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림 승마구락부로 가는 궤도전차가 없어지면서 시내 교통이 상당히 복잡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궤도전차 레일을 걷은 이유에 대해 그는 “미림 승마구락부로 가는 길에 있는 궤도전차를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기 싫으니 모두 철거시키라고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말을 현지인들로부터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명령을 받은 군대가 들이닥쳐 며칠 새에 낡은 궤도전차 레일을 말끔히 걷어내고, 도로포장을 새로 매끈하게 했다”면서 “자기 나라 사람들이 좋으면 됐지, 왜 외국인들의 기분에 맞추는가고 시민들의 불만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나라 경제 사정이 어렵다면서도 외국인들을 의식해 숱한 노력과 자재를 낭비하는 북한 지도부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수군거리는 시민들이 적지 않음을 그는 지적했습니다.
평양시 궤도전차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사라졌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열악한 교통난을 푼다고 도입하라고 지시해 1991년에 4개 노선이 들어섰습니다.
5년 전 미국에 정착한 평양출신 탈북자는 “1990년 초에 궤도전차 레일을 깔 때 도로 한 가운데 설치했다가 2008년에는 다시 도로 변으로 옮겼다”면서 “이번에 다 철거시켰다면, 많은 노력과 자재가 낭비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집권 후 릉라인민유원지와 미림승마구락부 등 놀이시설 건설에 힘을 쏟으면서 외국인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체제의 일방적인 도시미화정책으로 궤도전차마저 사라지면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일반 주민들의 불편은 더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그나마 운행되던 궤도전차까지 없어지면서 주민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궤도전차가 사라지자 개인버스들이 다니고 있는데, 요금은 기존 국정가격에 비해 수십 배나 비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전이 자주 되어 무궤도 전차(trolley bus)가 불규칙적으로 다니자, 사람들은 무궤도를 가리켜 ‘우리를 기다리지 말라’고 조롱하는가 하면, 전압이 딸려 차가 느리게 달릴 경우에는 ‘얼룩소야 어서 가자’고 놀려준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