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 두만강을 넘어 북한에 들어갔던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로버트 박 씨가 억류 43일만에 석방돼 미국에 돌아왔지만 언론과의 접촉을 피한채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박 씨가 북한에서의 억류 생활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이유는 북한당국이 북한에 살고 있는 박 씨의 친인척을 이용해 협박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로버트 박 씨가 중국 베이징발 항공기편으로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 가족과 상봉했습니다. 박씨는 이날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 만난 부모와 형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으나 함께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습니다.
이후 박씨는 석방된 지 사흘이 지난 8일 현재까지 언론과의 일체 접촉을 피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박씨가 머물고 있는 샌디에이고 엔시니타스의 집은 이날도 하루종일 전화를 받지 않고 자동응답기만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박씨가 자유를 얻음에 따라, 그가 지난해 12월 25일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간 이후부터 석방되기까지 43일 동안 북한에서 무슨일이 있었는 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지만 박 씨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당시 생활에 대해 알려진 것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해 박씨가 북한에서 풀려나 자유를 얻은 뒤에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은 북한에 아직 살고 있는 할머니의 친척때문이라고 박씨와 함께 북한인권운동을 했던 복수의 동료들이 주장했습니다.
박씨의 입북을 도왔던 북한인권단체 팍스 코리아나의 조성래 대표는 박 씨가 입북 전에 자신의 할머니가 월남했고 할머니 형제와 그 가족들이 북에 살아 있다며 이 사실을 비밀에 부쳐줄 것을 당부했었다고 전했습니다.
조성래: 할머니에 대해서 절대 얘기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친척들이 아직 살아 있다고..
그러나 조 대표는 박씨의 할머니에 대한 얘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북한 당국은 박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시키는대로 말을 안하면 할머니의 친척들에게 해가 갈 것이라고 협박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성래: 할머니 친척들이 북한에 있는데 그 아이들에게 협박을 한 것 같습니다. 나가서 얘기하면 죽인다고..
박씨와 함께 인권운동을 벌였던 또 다른 대북인권단체 관계자도 박씨가 입북하기 전 북한에 남아있는 할머니의 친척들에 대해 걱정했었다며 북한이 박씨의 친척을 이용해 박씨를 회유 협박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이 관계자는 박씨가 석방된 후 직접 연락을 취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경로를 통해 박씨가 북한에서의 억류생활로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으며 현재 가족들과 휴식이 필요하단 얘기를 들었다고 전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 박씨가 석방되기 전 북한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행위를 뉘우쳤다’ ‘평양 봉수 교회 예배에 참가해 보니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었다’고 발언한 것도 북한의 강압적인 협박에 의한 거짓 진술이라는 주장이 유력합니다. 조성래 대표의 말입니다.
조성래: 사람들에게 마약을 주사해서 한방에 여자와 함께 있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서 협박할 정도의 나라라면 무슨 얘기가 더 필요하겠습니까.
조 대표는 이어 지난해 억류됐던 미국인 여기자들과 달리 박 씨가 재판절차도 거치지 않고 비교적 빨리 석방된 것은 박 씨의 입북 이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소문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해져, 내부 체제 단속용으로 한시 바삐 추방했을 것이란 분석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박씨는 지난해 12월 25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정치범 수용소 폐쇄와 국경의 개방, 종교의 자유 등을 촉구하는 편지를 지니고 스스로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갔다가 억류됐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박씨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애리조나 투산에서 보냈으며 2000년부터 기독교에 헌신해 선교활동을 해왔습니다. 박씨는 중국 동북 3성 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북한인권운동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