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이 실패할 가능성이 컸는 데도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하는 무리수를 둔 데는 15일 김일성 전 주석의 100회 생일을 맞아 강성국가 진입을 선언하려는 목적 외에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미북 간 협상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결국 실패로 끝난 북한의 장거리 로켓 실험은 올해 100주년을 맞는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과 강성국가 진입을 축하하는 축포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는 '국내용'이었다고 미국의 민간 연구소인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이사장은 13일 잘라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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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플레이크 이사장
] 북한의 미사일 계획은 오랫동안 진행돼왔습니다. 준비가 되는 대로 실험도 하고 했는 데요, 이번에는 강성대국 진입과 김일성 100회 생일을 맞아 특별히 미사일 실험을 하고자 한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에는 북한 국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갓 등장한 김정은 체제의 강건함을 북한은 물론 전세계에 과시하는 데 이만한 대형 행사를 찾기가 어려웠을 거라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최창용 교수는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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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용 교수
]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을 게 많다는 건 너무 분명한 사실인데 그럼에도 로켓 발사를 강행한 배경은 역시 체제 안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소위 강성대국의 강일한 부분, 군사적 강건성을 인식시키는 효과가 있고….
한국 통일연구원의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어차피 내년이 되면 미국이 또 협상장에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북한 당국이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2009년 2차 핵실험을 강행했지만 2011년 미국이 대화에 나섰듯, 미북 간 대화는 결국 이뤄질 거란 전제 아래 앞으로 미국과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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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중 선임연구위원
] 북한은 (미국의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서는) 2013년 이후 시작될 (미북 간) 진짜 협상에서 어떻게 하면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구조적인 틀을 만들어 놓느냐가 올해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였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함으로써 협상의 절박성이 두드러지는 거고 북한으로선 확실하게 전략적 우위에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거죠.
결국 미국과 통큰 한판 협상을 노리고 있는 북한으로선 장거리 로켓 발사의 유혹을 떨쳐 버리기가 쉽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밖에 최 교수는 북한이 잠재적인 무기 구매 고객을 염두에 뒀을 거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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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용
] 만약에 로켓 실험이 성공하거나, 또는 성공하지는 못하더라도 성공에 근접한 것으로 외부에 비춰질 경우 군사 기술을 과시하는 성격이 일정부분 있습니다. 그랬을 때 몇몇 잠재적인 구매 국가가 있는 거죠, 북한의 군사 기술을 필요로 하는.
플레이크 이사장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설령 성공했다 해도 김정은 체제를 더 강화시키는 데 이바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못 미더운 정권이라는 낙인 아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더 큰 압력에 직면할 거란 이유에서입니다.
북한은 이번 로켓 발사 실패로 강성국가 진입 축하, 체제 안정 과시, 수출용 무기 전시효과 등 의도했던 목표를 하나도 달성하지 못한 걸로 전문가들은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