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농구단 북한 방문 다큐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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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지난 16일 북미대화를 제안하기 바로 직전 올해 초 미국의 농구선수가 북한을 방문했던 것을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미국 텔레비전에서 방영됐습니다. 보도에 홍알벗 기잡니다.

미국의 영화전문 방송국 HBO는 지난 14일 다큐멘터리, 즉 기록영화 제작업체인 바이스(VICE)의 ‘은자의 왕국’을 방영했습니다.

이번에 방영된 30분짜리 다큐멘터리는 지난 2월 미국의 유명한 전직 프로농구선수인 데니스 로드맨과 ‘할렘 글로브트로터스’ 농구단의 북한 방북기를 다뤘습니다.

북한을 방문한 농구선수단은 북한 대표팀과의 친선경기 도중 불시에 경기장을 찾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만나게 되고, 데니스 로드맨은 김 제1비서와 친구가 되어서 영광이라고 말했습니다.

데니스 로드맨 : 먼저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관계가 좋지 못한데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과 북한주민들은 저의 친구이며 김 제1비서를 저의 친근한 벗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북한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바이스 제작진은 북한측의 엄격한 통제 때문에 제대로 촬영이 힘들었다면서, 방문객의 입장에서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북한의 모습들을 소개했습니다.

평양의 인민대학습당을 방문한 농구선수단 일행은, 컴퓨터를 켜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우두커니 앉아 있는 북한주민들의 모습이 외국손님을 맞기 위해 동원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평양에 있는 백화점은 농구선수단 일행 외에는 손님이 한 명도 보이질 않았고 크레딧카드를 이용할 수 없어 물건을 살 수 없었다고 불만을 털어 놨습니다.

이와 함께 묘향산에 있는 국제친선전람관을 가는 3시간 내내 다른 차량은 한 대도 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직접 북한을 방문해 취재를 했던 바이스의 특파원 라이언 더피는, 아직도 일반 주민들에게는 미국이 악마이자 철천지 원수라고 가르치면서, 그들의 지도자는 미국인들과 즐겁게 어울리고 있는 상반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라이언 더피 : 만일 여러분이 북한사람이었다면 태어나면서부터 미국은 악마이며 제국주의 국가라고 배울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바로 다음 날 그들의 지도자가 미국인들과 어울리면서 계속 같이 사이좋게 지내자고 말하는 걸 듣게 된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바이스측은 데니스 로드맨이 김정은 제1비서를 만난 첫 미국인이라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이번 방북 때 미국 농구선수단과 북한 대표팀이 서로 한 팀을 만들어 경기를 한 것도 사상 처음이라면서, 이번 농구선수단의 방북이 북한과 미국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