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먼 “김정은은 평생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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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와 부인 리설주 사이에서 태어난 딸의 이름은 '김주애'라고 최근 평양을 방문한 미국의 전직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밝혔습니다. 또한 로드먼은 김 비서를 '평생의 친구'라고 불렀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평양을 방문한 미국 프로농구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에게 자신의 딸까지 보여줄만큼 친절하게 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평양을 방문한 로드먼이 "나는 그들의 딸 주애를 안았고” “Ms. Lee”, 그러니까 김 비서의 부인인 리설주와도 “이야기했다”고 말한 것으로 9일 보도했습니다.

로드먼의 이번 방북은 지난 2월말 이후 두번째였습니다. 로드먼은 “김 비서가 12월에 다시 보자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김정은이 로드먼을 친근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로드먼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양 방문 후 7일 북경에 도착한 로드먼은 김정은 제1비서는 “누가 뭐라고 하든 평생의 친구”라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He's my friend for life. I don't care what you guys think about him.)

김정은 제1비서와 데니스 로드먼이 이른바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다수의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 시절 농구를 좋아했고, 당시 가장 유명한 농구선수 중 한 명이었던 데니스 로드먼과 가까이 지내면서 자신의 유년 시절을 추억하는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해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한의 집권자인 김정은이 ‘악동’이라고 불리던 전직 농구선수를 순전히 자신의 추억을 되새기기 위해 불러들이진 않았을 것 같다는 해석입니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데니스 로드먼은 미국의 농구 스타이고 세계적으로도 언론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이런 인물을 통해서 북한 체제에 대한 일정 정도의 변화를 대외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초청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전 교수는 북측이 미국 언론사인 AP통신의 평양 지국을 허용한다든지, 최근들어서는 마식령 스키장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키우겠다고 선전하는 등의 모습을 볼 때 “어느 정도 개방 의사를 내비치면서 서방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 같은 맥락에서 로드먼을 불러들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로드먼이 한물 간 인물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한편,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의 석방 문제와 관련해 로드먼은 지난달 말까지만 하더라도 김정은에게 “그의 석방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번 방북 직전부터는 말을 바꿨습니다. 자신의 임무가 아니라는 겁니다.

로드먼은 지난 7일 북경에 도착한 직후 케네스 배 씨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그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가서 물어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북측이 로드먼의 용도를 “체육과 문화 분야로 국한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북측 당국도 미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에 대한 방북 초청을 철회한 상황에서 민간인인 로드먼을 통해 배 씨를 석방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했습니다.

킹 특사는 지난달 30일 방북해 배씨와 함께 31일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관측됐지만, 북측이 일방적으로 킹 특사에 대한 초청을 철회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