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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파견돼 외화벌이를 하던 북한 림업대표부가 사업소들을 대거 철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벌목사업에서 러시아 당국과 마찰이 잦은데다 중국인들이 벌목사업권을 가져가고 있어 북한 당국으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합니다.
자세한 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러시아 원동지방(시베리아)에 파견된 북한 림업대표부 산하 벌목사업소들이 “지금의 15개에서 5개로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라진-선봉시의 한 간부 소식통은 “러시아 정부가 우리나라(북한) 림업대표부에 압력을 가해 현지에 있는 벌목사업소들을 대부분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 러시아 현지에 5개의 벌목사업소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러시아 하바롭스크에 파견된 림업대표부 간부의 말을 인용해 아직까지 철수할 사업소들의 명단은 발표되지 않았다며 림업대표부 간부들과 현지에 있는 벌목사업소 보위지도원들에게만 알려주었을 뿐 노동자들에게는 일체 비밀로 붙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사업소가 해체된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노동자들의 집단탈주사태를 막아낼 수 없기 때문에 철저한 통제 차원에서 현장 보위지도원들에게만 알려주었다는 것입니다.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도 이러한 사실에 대해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면서 “러시아 측에서 림지(벌목지) 허가를 내려주지 않아 일감도 없는데다 돈이 없어 노동자들의 식량조차 제대로 보급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털어 놓았습니다.
러시아에서 벌목공으로 일하다 올해 초에 북한으로 돌아왔다는 이 주민은 중국과 동남아인들이 림지를 모두 점령해 버렸다며 그들이 작업능률도 훨씬 높고 요구조건도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일감이 차례지질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초기 러시아에 진출한 중국인들은 어업과 의류장사로 돈을 벌었고 이를 밑천으로 시비리(시베리아)의 건설사업과 림업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또 흑룡강성을 비롯한 중국 동북 3성의 농민들이 돈벌이를 위해 러시아 현지의 공사장들과 벌목장들에 대거 몰려들면서 싼 값에 노동력을 끌어들이게 된 러시아당국이 요구조건이 까다로운 북한 인력은 외면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유엔난민대표사무소의 도움으로 지난해 남한에 입국한 벌목노동자 리인철(가명)씨도 “북한당국이 러시아당국으로부터 노동자들의 월급으로 매달 1인당 1500달러씩 받아 챙긴다”면서 “그러나 실제 노동자들에는 100달러 정도밖에 차례지지 않는다”고 설움을 토했습니다.
리인철 :
100달러 정도 돼요. 그래도 북한에서 보다는 낫게 버는 거죠.
1995년 이전까지 북한은 외화를 절약하기 위해 식량과 부식물을 자체로 해결했으나 식량난이 악화되면서 벌목노동자들의 먹는 문제를 러시아 당국이 부담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열악한 노동환경과 터무니없이 적은 월급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대거 벌목장을 탈주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벌목장 북한노동자들의 인권문제까지 불거지는 상황이어서 러시아 당국이 북한의 벌목사업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