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호텔이 ‘전망타워’로 바뀐 이유?

최근 유리 외벽공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진 평양의 류경호텔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건물외벽과 1층 로비, 전망대로 사용될 꼭대기층,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승강기만을 공사하는 데 그칠 것이란 소식이 있습니다. 투숙객을 유치하는 호텔이 사실상 전망대로 전환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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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요즘 평양에 가면 유난히 크고 빛나는 건축물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북한 최대의 건축물인 '105 류경호텔'입니다. 피라미드를 연상할 정도로 거대하고 웅장한 이 초대형 건축물이 최근 유리 외벽공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써 20년 가까이 흉물스럽게 방치됐던 류경호텔의 모습도 한층 밝아졌습니다.

하지만, 류경호텔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건물 외벽과 1층 로비, 전망대로 사용될 꼭대기층,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승강기만을 공사하는데 그칠 것이란 소식이 있습니다.

평양을 자주 방문하는 대북 소식통은 4일 "한국에선 오라스콤이 (류경호텔을) 내부까지 모두 공사하는 줄 알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내부공사는 오라스콤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통은 "나머지 백여 층의 경우 내부공사를 하지 않고 그냥 대충 마감하는 식으로 공사를 끝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투자와 회수를 엄정하게 따지는 자본의 논리로 볼 때, 오라스콤이 공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북측과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완공 후 건물 관리를 위해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목표로 삼았던 2012년에 건물을 완공하려면 현실적으로 내부공사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2012년은 바로 김일성 출생 100주년과 김정일 위원장 70회 생일이라는 점에서 북한에선 가장 중요한 해입니다. 따라서 우선 전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부분만 공사하고, 나중에 또 여유가 생길 때 내부 공사를 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이 완공을 하겠다고 강조하는 2012년까지 류경호텔이 어느 정도 완성된 모습으로 드러날 지 아직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류경호텔이 애초부터 실용적인 목적보다 통치자의 권위를 위해 건설된 만큼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입니다.

김광인: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 전체보다는 평양시에 집중적으로 여러 가지 대형 건축물을 많이 짓고 있는데요. 이번 류경호텔의 경우도 과거의 김일성경기장이라든지 개선문, 능라도에 있는 5.1경기장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계기를 맞아 인민들에게 전시 효과를 얻으려는 데 있다고 봅니다.

류경호텔은 1987년 프랑스 기술과 자본으로 짓기 시작했지만, 자금난으로 92년에 공사가 중단됐다가 2008년 4월부터 이집트의 오라스콤사의 투자로 공사가 재개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