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근로자로부터 착취한 임금이 체제를 지탱하는 가장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러시아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던 북한 근로자는 90% 가량의 수입을 당국에 바쳤다고 1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의 동아일보는 11일 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노동자 수가 최대 7만 명에 달하고 북한 당국은 이들이 현지에서 받는 임금의 70%에서 80% 가량을 착취해 연간 수억 달러에서 수십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에서 2008년부터 2년간 건설 근로자로 일한 탈북자는 1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러시아 회사가 북한 근로자에게 지불한 임금의 90% 가량을 북한 당국에 바쳐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 러시아에서는 건설노동자에게 2만 루블(700달러)에서 2만 5천 루블(900달러) 정도를 지불합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에 2만 루블을 바쳐야합니다. 1만 루블 밖에 못 버는 달에도 2만 루블을 바쳐야 합니다. 거의 90%를 뜯기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탈북자는 특히 지난해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 후계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러시아 건설 근로자들에게 국가에 바치는 1년 과제를 6개월 이내에 내도록 강요해 부담이 더 커졌다고 전했습니다. 이전에는 근로자 한 명당 매달 100달러 정도 손에 쥘 수 있었다면 후계자 승계를 위한 특별 수행 과제 때문에 어떤 달엔 17달러에 불과한 임금을 받는 등 늘 적자 생활을 해야 했다는 것입니다.
이 탈북자는 동료들이 돈을 모아 북한에 돌아가 집이라도 장만하려던 꿈이 허무하게 무너지면서 열심히 일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면서 “북한에서 먹지 못하는 이팝이라도 먹고 갈 수 있는게 남는 것”이라는 체념 섞인 농담을 하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착취가 너무 심해 일을 하지 않는 북한 근로자들에게 러시아인 작업감독이 2만 루블 이상을 받는데 왜 일을 하지 않느냐고 물어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매달 꼬박꼬박 2만 루블을 당국에 내야한다고 말하자 “네가 번 돈을 왜 당국에 바치냐”고 반문했다고 전했습니다.
탈북자
: 김정일에게 충성자금으로 바치고 남는 것이 있나 계산해보라고 하니까 이사람들이 입을 딱 벌리는 겁니다. 이 사람들은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 없지요, 뭐. 러시아 사람들도 김정일이라 하면 “오친 쁠로어” 말하자면 “아주 나쁜”이라고 합니다. 김정일이 아주 나쁘다고…
러시아 근로자들은 러시아가 사회주의 국가였을 때에도 이렇게 심한 착취는 없었다면서 반항도 하지 못하는 북한 근로자를 안타깝게 생각했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국에 상납금을 내지 못해 북한으로 송환 당하는 북한 근로자를 동정하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신의 경우에도 지난 해 10월 밀린 과제금으로 13만 루블 미화로 약 4천 달러를 한꺼번에 당국에 뺏긴 후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탈출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러시아의 하바로프스크에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벌목공으로 일한 또 다른 탈북자는 한달에 벌목한 나무 가치의 2퍼센트 만을 월급으로 받는 수준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탈북자
: 번 돈 전체에서 2퍼센트를 계산해서 월급을 지급하는데 거기서 또 (충성자금 등으로) 뗀다말예요.
이 탈북자는 겨울 한 두달 정도 최대 100달러를 받고 나머지 벌목일이 없는 기간에는 적자에 허덕이기 때문에 많은 벌목공들이 작업장을 탈출해 건설 현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떠돌아다니는 불법체류자가 되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