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삼지연군 역사유적 훼손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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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이씨왕조(조선왕조)의 한 공주 무덤이 백두산 주변에 있다는 얘기는 양강도 삼지연군 주민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삼지연군 포태리에 이씨왕조 공주의 무덤이 있는데 북한 당국이 방치한 탓에 도굴꾼들에게 여러 차례 털리고 이제는 그 흔적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백두산을 바로 앞에 마주하고 선 남포태산, 양강도 삼지연군 포태리에 위치한 남포태산 기슭에는 이조 봉건왕실에 의해 유배생활을 하다가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 한 공주의 무덤이 있다고 여러 양강도 주민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봉건왕조 유적이란 이유로 북한 당국이 문화재로 지정하지 않아 지금까지 아무런 관리도 없이 버림받았던 이 무덤은 여러 차례 도굴꾼들에게 털려 이제는 그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게 됐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최근 삼지연군 포태리에 갔다가 이 무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양강도의 한 주민은 “소문으로만 듣던 공주의 무덤을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됐다”며 “지금은 형체만 남았지만 어림짐작으로도 대단히 큰 무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무덤이 잘만 보존되면 역사적 가치가 있을 텐데 왜 지금껏 내버려두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이제라도 무덤이 원상으로 복구돼 우리민족의 역사와 백두산 주변의 역사를 알리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예전에 삼지연군 포태리에서 살았다는 또 다른 양강도의 주민은 “자신도 지난 2007년에 호기심에 끌려 그곳에 가 보았다”며 “주변에 폭포수가 있고 경치가 기막히게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그곳에는 한 번에 수십 명이 앉을 수 있는 크고 평평한 바위도 있는데 무덤을 만들 때 일부러 바위를 깎아내 그렇게 만든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소식통은 자신도 무덤의 주인공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며 다만 옛날 어른들을 통해 “몇 백 년 전 왕의 버림을 받은 젊은 공주 한명이 시종들과 함께 포태리에 유배를 왔다가 병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만 전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1959년에 ‘포태중학교’ 교장이 학생들과 그 무덤을 발굴했다며 무덤 속에서 놋그릇과 도자기를 비롯해 많은 유물들이 나왔는데 포태리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바람에 유물들을 도로 무덤에 넣고 원상대로 봉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후 1970년대에는 주변에 김일성의 특각(별장)이 들어서면서 그곳은 통제구역으로 되었는데 김일성 사망 이후인 1998년에 특각을 허물면서 무덤주변에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미치기 시작했고 여러 차례 도굴까지 당했다고 그는 얘기했습니다.

한편 양강도의 한 지식인 소식통은 “아직 그곳에는 무덤의 주인공에 대해 설명한 비석과 무덤의 규모를 알 수 있는 흔적들이 남아있다”며 김정은 정권이 “더 이상 파괴되지 않게 그러한 역사유적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