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평양을 제외한 지방도시에서 각 도마다 1개씩만 운영하던 수재학교를 최근 대폭 늘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일반 고등중학교와 달리 수재교육을 위한 제1고등중학교를 별도로 운영해왔습니다. 이 같은 ‘1고중’은 평양 외의 지방에서는 각 도별로 1개씩만 있었는데 최근 지방에도 ‘1고중’이 복수로 개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중국에 나온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그동안 각 도 단위로 1개교만 운영하던 ‘1고중’이 작년부터 청진, 함흥 등 지방 도시에서 복수로 운영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이로써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웠던 ‘1고중’ 입학이 어느 정도 완화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와 멀리 떨어진 군 단위 지역의 학생들을 위해 학교에서 운영하던 기숙사는 폐지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1고중 입학의 문은 넓어진 반면에 군 단위 지방학생들은 숙식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어 오히려 ‘1고중’에 들어가기가 어렵게 된 측면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더구나 수재학교(1고중)는 일반 고등중학교에 비해 학비가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주민 자녀들은 초급학교 성적이 우수하더라도 입학을 포기하거나 입학했더라도 일반 고등중학교로 다시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북한당국은 모든 학교의 수업료가 무료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북한의 모든 고등중학교는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세외부담금이 적지 않습니다. 더구나 ‘1고중’은 일반학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담금이 많은데다 학생들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부유한 집안 자녀들이다 보니 ‘1고중’은 자연스럽게 귀족학교로 변질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중앙대학(평양소재대학)은 물론 지방의 4년제 대학들도 입학폰트(쿼터)가 1고중에 집중적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1고중 입학이 좋은 대학에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또 “지금까지는 ‘1고중’을 나온 수재들은 군입대를 면제받고 곧바로 대학에 입학하는 특혜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수재학교 입학이 커다란 특권의 하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최근 1고중이 많이 늘어난 관계로 1고중을 졸업한다고 해서 모든 학생들이 바로 4년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예상했습니다.
일반 고등중학교 졸업생들이 갈 수 있는 곳은 2~3년제 전문학교로 제한되어 있고 대학입학 폰트가 고등중학교 졸업정원에 비해 크게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졸업생은 군에 입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북한당국은 1983년부터 최고 영재학교로 불리는 평양 제1고등중학교를 비롯해 전국 각도에 1개씩 10여 개의 수재학교를 지정 운영하다 1999년에는 전국 시, 군에 수재학교를 대폭 확대해 200여 개의 학교를 운영했습니다.
그러다 2008년에 다시 본래의 10여 개 학교만을 남기고 모두 일반 고등중학교로 환원해 운영하는 등 수재교육 분야에서도 북한당국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북한은 앞으로 지방의 군 단위 도시에서도 제1고등중학교를 설치,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