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김일성 생일 선물은 애물단지”

북한이 올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맞아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교복과 학용품을 공급하고 당과류를 선물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구실로 주민들에게 과다한 외화벌이 과제를 강요하면서 내부적인 불만이 커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올해 4월15일 김일성의 생일을 맞으며 학생들에게 교복과 학용품을 국정가격으로 공급하고 어린이들에게는 1kg의 당과류 세트를 선물할 데 대해 지시했다는 사실은 이미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을 비롯한 외부언론을 통해서 보도됐습니다.

이와 관련 현지 소식통들은 교복과 당과류 생산을 맡은 중앙과 지방의 공장, 기업소들에 비상이 걸렸다고 밝혔습니다.

자강도의 한 소식통은 “김일성의 생일을 기념하여 어린이들에게 공급할 당과류 생산이 지금 한창이다”며 “교복과 학용품은 ‘국정가격’으로 팔아주고 당과류는 12세 미만의 어린이들에게 무상으로 선물한다”고 1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국정가격’은 “국가가 정한 가격”이라는 의미로 올해 유치원부터 대학생들에게 공급할 학용품은 가방과 필갑, 연필과 학습장을 비롯해 11가지 정도이고 ‘국정가격’으로 팔아줄 교복은 모자, 넥타이, 여름옷, 혁띠, 신발이라고 그는 이야기했습니다.

아직 교복과 학용품의 정확한 공급가격(국정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모두 합쳐 북한 돈 1천원 미만이 될 것이라고 간부들은 예측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는 장마당에서 팔리고 있는 실제 가격의 1백분의 1도 안 되는 눅은 값이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학생들에게 눅은 값으로 학용품과 교복을 공급하고 어린이들에게 당과류 선물을 하는 대가로 모든 주민들에게 지나친 외화벌이 과제를 부과해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학생들에게 교복을 공급하는 대신 매 가정세대들에 ‘충성의 외화벌이’ 과제를 강요하고 있다”며 “외화벌이 과제는 김일성 생일 이전에 줄당콩(강남콩)과 아마 씨로 바쳐야 한다”고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런데 함경북도 청진시의 경우 같은 구역 내에서도 매 동별로 거두는 줄당콩과 아마 씨의 량이 제각각이어서 구역과 동의 간부들이 외화벌이를 빌미로 자신들의 돈벌이에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강하게 일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청암구역에는 세대 당 줄당콩 10킬로그램을 바치라는 외화벌이 과제가 내렸는데 이웃인 신암구역은 세대 당 줄당콩 5kg씩 바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소식통들은 “장마당에서 외화벌이 과제로 바치는 콩과 아마 씨의 값을 중국인민폐로 환산하면 60원 정도인데 이 돈이면 모란과자(카스텔라) 5킬로그램을 살 수 있어 주민들속에서 ‘태양절 당과류 선물은 애물단지’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