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뉴질랜드의 미란다 자연 기금이 북한에서 조사활동을 펼치는 곳은 평안남도 문덕의 철새보호지구입니다. 청천강 하구를 끼고 있는 문덕 철새보호지구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철새들이 경유하는 새들의 낙원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북한은 이곳을 10여년 전부터 철새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관리해 왔습니다.
미란다 자연 기금의 데이비드 로리 (David Lawrie) 대표는 뉴질랜드를 떠난 붉은가슴도요와 큰뒷부리도요를 포함한 도요새 종이 번식지로 가기 전에 중간 먹이를 먹기 위해 북한의 갯벌로 날아든다면서 이곳을 찾는 도요새의 종류와 생태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로리 대표는 특히 뉴질랜드에서 시베리아까지 먼 길을 이동하는 붉은가슴도요가 압록강 인근의 습지에 들러 먹이를 먹는다고 추정해 왔지만 그동안 북한내 철새 서식지에 대한 정보가 제한돼 있고 조사가 불가능해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로리 대표는 이번 조사를 통해 북한에서 붉은가슴도요가 발견되면 이 철새의 이동 경로와 생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로리 대표는 뉴질랜드와 북한의 공동 조사는 2007년 북한을 방문한 윈스턴 피터스(Winston Peters) 뉴질랜드 외무장관이 처음 제안한 이후 미란다 자연 기금이 북한 당국과 구체적 사안을 논의한 결과 이달 초 최종 합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동 조사단은 뉴질랜드에서 파견한 조류 전문가 3명과 북한 자연환경보호기금의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조사는 뉴질랜드의 조류 전문가들이 방북 비자를 받는 즉시 시작한다고 로리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뉴질랜드와 공동으로 태평양 도요새 이동 사업(Pacific Shorebird Migration Project)을 하는 미국 지질연구소 (USGS) 산하의 알래스카 과학연구소에 소속한 리 티빗츠 (Lee Tibbits) 박사는 북한이 외국의 기관과 철새 서식지를 공동 조사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티빗츠 박사는 북한내 철새 서식지에 대한 국제 철새 전문가들의 직접적인 조사가 이뤄지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붉은가슴도요와 큰뒷부리도요의 생태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Lee Tibbits: 북한은 도요새 종 철새들이 이동 중간에 영양분을 보충하는 중요한 서식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철새들은 번식을 위해 떠나기 전에 북한의 서식지에서 한달 정도 머물면서 먹이를 찾습니다. 그러나 조류 전문가들은 철새들이 북한에서 무엇을 먹는지 모릅니다. 북한의 습지가 어떤 환경인지, 철새들은 먹이를 잘 구할 수 있는지, 북한의 습지 환경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전혀 없었습니다.
로리 대표는 북한의 철새 서식지에 대한 국제적인 연구와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북한내의 철새 서식지에 대한 조사가 이번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란다며 북한의 협력을 기대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 2003년 내각결정 20호로 모두 24곳의 철새보호구를 지정해 해당 지역의 생태계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평안남도 문덕 철새보호구에는 180여 종의 새들이 서식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희귀한 철새들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고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