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밀 문서 "푸에블로호 나포 위험 간과"

MC: 미국은 1968년 푸에블로 호가 북한에 나포되기 수 년 전부터 동해상에서 해군 정보수집함을 이용한 대북 정찰 활동을 폈지만 북한의 위협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때문에 미군 당국은 통상 이뤄져온 정보수집함에 대한 비상 지원대책조차 가동하지 않았고 이는 결국 푸에블로호의 억류로 이어졌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은 1968년 푸에블로 호가 동해상에서 작전 중 북한에 나포되기 전에도 북한 인근 해역에 해군 정보수집함을 띄워 대북 정찰 활동에 나섰던 것으로 최근 기밀 해제된 국방부와 국무부의 의회 보고용 문서에서 드러났습니다.

14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입수한 미 국무부와 국방부의 푸에블로 호 관련 의회 보고용 기밀 문서에 따르면, 푸에블로호가 북한에 나포되기 2년 전인 1966년 3월 14일부터 16일까지 미 해군 정보수집함인 배너 호가 푸에블로호가 나포된 해역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배너 호는 다음 해인 1967년 2월5일부터 7일까지 이틀 동안 역시 같은 해역에서 작전을 폈으며 배너 호의 대북 정보 수집 임무는 같은 해 5월 중순까지 계속됐습니다.

문서에 따르면, 미군 당국은 당시 푸에블로호의 작전 중 북한 군에 의한 나포 위험을 낮게 평가했습니다. 북한군이 대북 정찰 활동에 나선 미 해군 정보수집함에 어떠한 위협을 가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푸에블로 호가 공해 상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었던 데다 미 해군의 정보수집함이 공해 상에서 납치된 적이 없어 사실상 비무장 상태로 전자 장비를 이용한 정찰 활동을 벌였습니다.

미국은 여기다 푸에블로 호의 작전 수행 중 북한군의 공격과 나포 시도 등 비상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통상 유사한 첩보 수집 임무 때 수반되는 긴급 지원과 구조 계획 등도 가동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비상 대기 중이던 지원 병력이 없어 푸에블로 호가 북한군에 기습 나포된 뒤 북한 영해로 끌려갈 때까지 이를 저지하는 데 필요한 해,공군 전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했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습니다.

한편 1968년 1월23일 동해의 공해상에서 전자 장비를 이용한 정찰 활동을 벌이던 중 북한의 초계함 4척에 나포된 푸에블로호는 그해 12월 23일 11개월 간의 협상 끝에 선박과 장비를 제외한 82명의 승무원이 석방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