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미 군권 장악했나?

[MC]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과연 북한이 어디로 향할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데요, 후계자 김정은이 이끌 북한의 미래에 관해 박정우 기자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박정우 기자, 김정은이 이미 군권을 장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죠?

[기자] 네, 김정일 사후에 북한을 이끌게 된 후계자 김정은이 후계체제를 확고히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관건 중 하나는 역시 군대를 장악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살아 있던 때부터 계속돼온 선군정치, 즉 군대가 우선인 북한의 독특한 정치 체제상 군부의 지원 여부는 앞으로 김정은 시대가 얼마나 공고히 펼쳐질 것인가를 가늠하는 주요 잣대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새 지도자로 등극한 김정은이 김 위원장의 사망 발표가 공식적으로 이뤄지기 전에 전 군에 '김정은 대장 명령 1호'를 하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언론은 21일 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은 사실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김정은이 군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MC] '김정은 대장 명령 1호'의 구체적인 내용은 뭔가요?

[기자] 네 전 북한 인민군에 훈련을 중지하고 즉각 소속부대로 복귀하라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군은 이 명령에 따라 현재 훈련을 전면 중지한 상태로 대신 모든 군 부대가 조기를 게양하고 김 위원장을 추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이 북한 군에 내린 사실상 첫 명령으로 그가 김 위원장에 이어 곧 인민군 최고사령관 직위에 오를 것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이 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일부에서 제기돼온,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김정은이 군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는 관측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거여서 주목됩니다.

[MC] 그런데, 김정은 주변에서 이미 치열한 권력투쟁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제기됐죠?

[기자] 네, 영국의 일간 신문인 텔레그래프는 현지 시간으로 20일 김정일 사망 뒤 후계자 김정은을 둘러싸고 세 계파 사이에 권력 투쟁이 이미 시작됐다며 북한 전문가들이 장성택과 김설송, 김정남 사이의 권력 투쟁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영국의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인 채텀하우스의 케리 브라운 아시아 담당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의 젊은 나이와 경험 부족의 틈을 노련한 권력 실세들이 비집고 들어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와 장성택 부부, 김 위원장의 딸로 국가 선전부문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김설송, 그리고 2001년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체포된 뒤 승계에서 배제됐지만 여전히 중국의 비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 등이 김정은 뒤에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거라는 겁니다.

[MC] 러시의 유력 신문도 김정일 위원장 사후에 김정은을 둘러싼 북한 권력의 향배에 관한 몇 가지 예상을 내놓았죠?

[기자] 러시아의 유력 관영 일간지인 '로시스카야 가제다'가 20일 5가지 예상 시나리오를 내 놨습니다. 우선 김정은이 지도력을 발휘해 북한의 유일한 지도자로 자리를 잡을 가능성과, 김정은이 명목상 지도자에 머물고 실질적 통치권은 집단지도체제로 넘어갈 가능성, 그리고 북한 내 다양한 세력이 어린 김정은에게 도전하면서 계파 간 권력 투쟁이 일어날 가능성 등이 제시됐습니다. 이 밖에 김정은이 권력 장악에 실패하고 계파 간 권력 투쟁이 급기야 내전으로까지 번지는 경우,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정은을 몰아내고 군부가 권력을 장악하고 폐쇄적 집단 통치를 펼치는 경우 등입니다. 그 만큼 김정은이 이끌 북한의 미래에 아직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도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MC] 네 시험대에 오른 후계자 김정은의 지도력이 북한의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주목됩니다. 박정우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