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가는 위안화 가치에 깊어가는 탈북자 시름

중국 돈의 가치가 크게 뛰면서 위안화로 환전해 북한으로 송금하던 탈북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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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이진서 기잡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남한 돈을 중국 위안화로 바꿀 때의 환율은 1위안 당 230원 꼴. 중국 돈의 가치가 1년 새 절반 이상이 올랐습니다.

이렇게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북한으로 송금을 하려고 하는 탈북자들의 한숨은 깊어집니다.

김성옥: 당장 돈을 보내야 하겠는데 금방 와서 돈을 보낼 때는 100만원 보내면 7천원 받았는데 지금은 4천원입니다. 4천원 도착했다면 800원을 떼거든요.

지난해 남한으로 간 탈북 여성 김 씨는 북한에 있는 가족이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 중국을 통해 돈을 보내려고 하려고 하지만 환율 시세를 보고는 잠시 망설입니다. 환율이 조금 떨어질 때를 기다려볼까 하는 마음도 들기 때문입니다.

남한에 있는 탈북자들은 은행을 통해 중국에 있는 브로커에게 돈을 부치고 위안화나 미국 달러로 바꿔 다시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인편을 통해 북한 가족들에게 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는 처음 송금액의 20 퍼센트에서 많게는 35퍼센트 정도를 수수료로 떼고 전달합니다.

김 씨 가족이 현재 남한에서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120만 원 정도. 먹고 쓰는 것을 절약해 몇 달을 모아야 100만원을 북한에 송금할 수 있습니다. 북한 가족이 손에 쥐게 되는 금액은 북한 돈 200만원.

이 돈이면 함경북도에서 12평짜리 집 한 채는 살 수 있고 입쌀 한 킬로에 1,800원, 옥수수 한 킬로에 700원임을 고려할 때 결코 적지 않은 액수라고 김 씨는 말합니다.

배고픔의 고통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김 씨는 가족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돈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김성옥: 살아야 되니까 북한 사람들. 가족이고 형제고 하니까 작게 보내줘도 할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보내는 사람은 다 보냅니다. 중국 사람들 하고 전화 해보면 돈 오는 것이 많다니까.

최근 북한에선 ‘한라산 줄기’라는 말이 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평생 혁명 투사의 가족으로 대접을 받으며 귀족처럼 살 수 있었던 이른바 ‘백두산 줄기’와 빗대 만들어진 말입니다. 즉 남쪽으로 간 탈북자가 북에 사는 가족에게 송금을 해줘서 어렵지 않게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종어 입니다.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은 매년 2,500여명의 탈북자가 남한에 들어오고 있다며 이들이 북한으로 하는 송금은 북한의 하부 구조를 변화 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김광인 : 북한 주민들에게는 굉장히 큰 돈이란 겁니다. 그 주변에 소문이 나면 가족 친지 중에 탈북자 있고 남한에 갔다는 것이 옛날에는 죄악시 되는 분위기가 지금은 선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 돈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돈이 들어갈 때 정보도 같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남한 언론에 따르면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북한에 돈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정부 추계대로 약 6000명의 탈북자가 한 사람당 1년에 1,000달러를 송금한다고 가정하면, 매년 600만 달러 가량이 북한으로 전달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남한에서 힘들게 벌어 절약해 보내는 돈에는 가족을 생각하는 남한 탈북자들의 땀과 노력이 배 있지만 요즘 환율 시세는 탈북자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