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울 불바다'라는 협박을 다시 하며 남한이 재개하려는 대북 방송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대북 방송은 북한 당국이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외부 정보를 완벽하게 차단해 온 정책을 무너뜨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불안감은 협박의 강도에서 이미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북한 당국이 남한에 대해서 '서울 불바다' 발언을 또 내놓았습니다. 우선 이 발언이 나온 배경과 내용을 소개해 주시지요?
기자: 북한은 1994년에 이어 12일 '서울을 불바다로 만든다'는 협박 발언을 또 내놓았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남한이 천안함 사태에 따른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대북 방송을 재개하려는 데 대한 저지(沮止) 공세로서 나왔습니다. 인민군 총참모부는 '괴뢰들의 반공화국 심리전 재개에 전 전선에서 전면적 군사적 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다'라는 제목으로 포고를 발표하면서 "우리의 군사적 타격은 비례적 원칙에 따른 1 대 1 대응이 아니라 서울의 불바다까지도 내다본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위협했습니다. '서울 불바다' 발언은 94년 제8차 남북 실무 접촉에서 북측의 박영수 대표가 처음 내놓았습니다. 이 발언으로 남한의 안보 불안이 고조하면서 한국 정부는 이듬해 나온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주적으로 명기했습니다.
앵커: 북한 당국은 지난 달 1차로 협박을 내놓은 바도 있습니다. 이것에 이어 12일에도 이처럼 남한의 대북 방송에 대해 협박하는 발언을 내놓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여러 가지 목적이 있다고 보입니다. 북한 당국은 5월 24일 인민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 명의의 '공개 경고장'을 내고서 "남조선이 심리전 수단을 새로 설치할 경우 그것을 없애버리기 위한 직접조준 격파사격이 개시된다"고 말했습니다. 12일에도 다시 협박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북한은 북쪽의 약점인 '체제 불안'을 해소하는 한편 남쪽의 약점인 '안보 불안'을 부채질하여 나름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협박성 발언을 자꾸 하고 있습니다. 남쪽 국민에게 극도의 긴장감을 조성함으로써 이런 분위기를 무척 싫어하는 국민의 여론을 이용해 한국 정부의 심리전 재개를 저지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고 보입니다. 특히 불바다 발언은 한국이 격파 사격에 대응할 경우 사태가 확전으로 갈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해 압박의 수위를 더욱 높였습니다. 한마디로 북한은 위협의 수준을 최고로 올려 천안함 사태로 발생한 비난과 압박을 벗어나겠다는 의도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한이 대북 방송의 재개에 신경을 이처럼 곤두세우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앞서 잠시 말씀을 드린 대로 대북 방송이 체제 유지를 흔들 수도 있다는 불안 때문입니다. 현재 북한 당국은 체제를 유지하는 비결로 소위 '현대판 쇄국정책'을 고수합니다. 인민의 눈과 귀를 모두 막아 외부 세계와 북한의 사정을 비교하지 못하게 하는 우민화 정책으로 독재체제를 지켜갑니다. 그런데 대북 방송이 재개되면 이 정책이 흔들릴 수가 있습니다. 대북 방송을 들은 사람들은 서슬이 시퍼런 가운데에서도 자연히 그 정보를 전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정권 붕괴의 단초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불안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니 남한의 방송 재개 때문에 북한 당국은 이처럼 눈에 쌍심지를 켤 수밖에는 없습니다. 북한은 '서울 불바다'를 언급할 정도까지 협박 강도를 높였습니다. 이는 불안감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반영합니다.
앵커: 남한이 대북 방송을 재개한다면 가청권은 어디까지이며 방송 내용을 무엇으로 합니까?
기자: 확성기로 방송하면 야간에는 24킬로미터, 주간에는 10킬로미터 떨어진 북측 지역에서도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국방부는 이미 5월 24일부터 '자유의 소리'라고 하는 FM 방송을 내보냅니다. 북측에서는 FM 라디오가 있어야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확성기 방송을 하면 그대로 이 FM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방송 내용은 대체로 1)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 2) 대한민국의 발전상 3) 남북한의 체제 비교 4) 음악 등입니다. 확성기를 통해 북한으로 나가는 방송은 인민군과 특히 개성 인근의 민간인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쳐 '현대판 쇄국정책'을 뚫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대북 방송은 전방에 배치된 인민군의 사기에 영향을 미쳐 북한군 지도부가 신경을 몹시 쓰는 사항이기도 합니다.
앵커: 남한의 대북 방송은 상당한 심리전 효과가 있다고 보입니다. 그렇다면 남한은 대북 FM 방송에 이은 확성기 방송을 언제 시작하며 이를 위해 확성기를 몇 개나 설치했습니까?
기자: 한국의 김태영 국방장관은 11일 국회에 나와 확성기를 통한 대북 방송을,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의 조치가 끝나고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장관은 한국과 미국이 다 안보리 조치가 끝난 이후가 좋다고 판단해서 이를 보류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한국군 당국은 서해 교동도와 김포반도 북단을 비롯한 최전방 지역 11곳에다 대북 확성기를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같은 대북 확성기는 대형 스피커 16-20여 개를 묶어 하나의 세트로 운용되는데 성능 면에서는 북한 측과 비교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앵커: 남한이 대북 확성기로 방송을 시작하고 북한이 경고대로 확성기를 조준 격파할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질 수 있을까요?
기자: 한국군은 북한군이 1발을 발사하면 3발 또는 그 이상으로 대응 사격을 하며 경우에 따라 초소까지 격파한다고 알려졌습니다.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설치된 북한군의 76밀리미터, 105밀리미터 고사포는 2-3킬로미터 전방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가 있다고 한국군 관계자들은 분석합니다. 북한군이 실제로 확성기에다 공격을 가하고 한국군이 응사한다면 국지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 국지전은 양쪽이 모두 부담을 느끼는 사항입니다.
앵커: 남한의 대북 방송은 언제 무슨 이유로 중단됐는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북한 군부는 남북 군사회담에서 체제 유지의 불안, 인민군의 사기 저하 등의 이유 때문에 대북 방송의 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했습니다. 북한에 매우 친화적인 노무현 정부는 2004년 6월 이런 요구를 모두 들어주었습니다. 북한도 물론 합의에 따라 대남 방송을 중단했습니다. 북한은 이로써 체제 불안을 부채질하는 중요한 사항 하나를 제거한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대북 방송의 재개는 북한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합의 하에서 북한은 이미 지난해부터 조선인민군 FM 방송을 신설해 대남 방송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동북아방송연구회 박세경 이사장은 6일 전반적으로 방송 내용이 남한 당국에 대한 강한 비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방송 재개에 반발할 이유가 없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북한이 또 내놓은 '서울 불바다' 발언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