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대응] 북 당국, 주민들에겐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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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당국의 ‘천안함 조사 발표’에 대해 북한 당국이 ‘국방위원회대변인성명’까지 발표하면서 전면전쟁론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강경하게 대응했지만 북한 주민들은 국방위원회 성명이 발표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이 20일 오전,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북한이 이에 반발하며 ‘국방위원회대변인’ 성명을 신속하게 발표했지만 북한 주민들은 ‘대변인 성명’이 발표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지어 “국경경비대 군인들까지도 한가하게 마을을 빈둥거리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과 통화한 함경북도 회령시 주민이 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성명이 나온 것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는 “여기(북한)는 텔레비전 방송이 오후 5시에야 시작되기 때문에 그 때 가야 알 수가 있다”며 “그 나마도 정전이 되면 텔레비전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듣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마다 한미군사훈련이 있을 때면 ‘전시상태’를 선포하며 긴장수위를 높여가던 행태와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입니다.

북한 당국의 과거 행태를 볼 때 20일 발표된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 같은 강경한 내용의 성명이라면 당연히 주민들이 그 내용을 알도록 방송이 나가는 시간을 알려줬어야 하지만, 정작 주민들은 성명이 발표됐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 살고 있는 주민을 통해서도 확인됐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통화한 이 주민은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이 발표되었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당장 정세가 긴장되면 아침 조회시간에 지배인이나 초급당비서가 알려줬을 텐데 그런 조치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유선방송을 통해 확인을 못했느냐?”는 물음에도 “요즘 세월에 누가 방송을 듣느냐?”며 “방송이 제대로 나오는 곳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세가 긴장되거나 ‘특별방송’이 있을 경우에는 모든 사람들이 듣도록 중앙에서 전화포치가 내려오는데 지금까지는 아무 연락도 없었다”며 “오늘부터 농촌동원이 시작되기 때문에 모두 동원준비를 갖추느라 바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전국적으로 20일부터 농촌지원이 시작되는데 올해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까지 몽땅 나가야 한다”며 “‘밥술을 뜨는 사람은 누구든 농촌지원을 나가야 한다’는 지시가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지금은 군대들도 쌀이 없어 전쟁이 난다고 해도 싸우지 못할 것”이라며 “전쟁도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고 침체된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북한의 행동으로 볼 때 겉으로는 큰 소리를 치지만, 내심으론 긴장국면을 바라지 않는다는 이중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자칫 예민한 상황에서 북한 군부가 이상 행동을 하거나 정세를 악화시킬 경우 이득을 볼 것이 없다는 타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