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여파 속에 치러진 지방선거 Q/A

MC:

한국의 이번 지방 선거는 여론조사의 예측과는 달리 많은 선거구에서 접전이 펼쳐졌습니다.

서울의 박성우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박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먼저 우리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지방 선거’가 뭔지부터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죠.

박성우: 지방 선거는 주민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서 시장이나 도지사, 구청장이나 군수, 그리고 시•도 교육청장 등을 뽑는 걸 뜻합니다. 북한식으로 말하면, 도 인민위원회 위원장이나 군 인민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하는 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진행자: 알겠습니다. 이번 지방 선거는 참 흥미진진하게 진행됐지요?

박성우: 네, 그렇습니다. 방송이 진행 중인 현재까지도 최종 집계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만, 여론조사의 예측과는 달리 많은 선거구에서 접전이 펼쳐졌습니다. 좀 달리 표현하자면, 야당인 민주당의 후보들이 기존 예측과는 달리 다수의 선거구에서 상당히 많은 표를 얻었다는 게 주목받았습니다.

특히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 등에서 개표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습니다. 서울이나 경기도의 지방선거는 차기 대통령 선거의 향배를 점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봤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지방 선거에서는 여당은 참패하고 야당은 압승하는 전통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 전통이 깨졌다면서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좀 설명을 드리면, 한국의 지방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는 이유는 유권자들이 야당에 표를 줘서 여당을 견제하고자 하는 심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인데요.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할 당시에 치러진 2006년 지방 선거에서는 야당이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12곳에서 광역시장과 도지사 선거를 이겼습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참패했던 거지요.

하지만 이번 지방 선거에서는 ‘여당은 참패한다’는 그 전통이 깨졌습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한나라당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선거 이전에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이 한나라당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는 야당인 민주당이 막판에 상당히 분발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투표율이 높게 나타났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먼저 전체 투표율을 보면 유권자의 54.5%가 투표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선거만 하면 99%의 투표율이 나오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투표율이 낮아 보이겠지만, 한국에서는 투표하러 갈지 말지를 결정하는 게 개인의 선택 사항이기 때문에 54% 정도면 “높은” 투표율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 투표율은 제1회 지방 선거가 치러진 1995년 이래 최고치이고, 2007년 대통령 선거의 63%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지만 2008년 국회의원 선거의 46.1%에 비해서는 8.4%가 높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투표율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아마도 20-30대 젊은 층이 이번 선거에서 투표를 많이 한 게 아니겠느냐고 추정했습니다. 왜냐면 전통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띄는 50-60대가 투표를 많이 했다면, 한나라당의 득표율이 더 높게 나타나야 하는데, 이번 투표에서는 많은 선거구에서 접전이 펼쳐졌다는 점을 미뤄볼 때, 젊은 층의 유권자들이 야당에 표를 많이 던진 걸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박 기자, 앞에서도 잠시 말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원래는 ‘한나라당이 상당히 앞설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잖아요. 왜 그랬습니까?

박성우: 그렇습니다. 바로 천안함 사태 때문이었지요. 설명이 좀 필요한데요. 천안함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여당과 야당이 맞붙은 굵직한 쟁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무상 급식’이 있었습니다. 야당인 민주당은 2월 중순부터 초•중•고등학교의 무상 급식을 하자는 걸 당론으로 확정했습니다. ‘점차적으로 모든 학생들이 돈을 내지 않고도 학교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지요. 하지만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돈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학생들은 돈을 내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리고 무상 급식을 하더라도 먼저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작하는 게 맞다’는 반론을 펼쳤습니다. 워낙 팽팽하게 양측의 입장이 맞섰기 때문에 무상 급식 문제는 이번 지방 선거에서 중요한 의제로 다뤄질 걸로 연초에 전망됐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안이 있었지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입니다. 이건 한강, 금강, 낙동강과 영산강의 홍수를 예방하고, 수자원을 확보하고,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건데요. 이걸 야당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보를 쌓고, 물줄기를 바꾸다 보면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게 대표적인 반대 논리였습니다. 그래서 4대강 사업도 이번 지방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될 걸로 전망됐었습니다.

이 밖에도 이번 지방 선거에 영향을 미칠 걸로 예상했던 중요 변수가 또 한 가지 있었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가 5월23일이었는데요. 이걸 계기로 야당인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다시 결집하길 기대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기류를 확산시키자는 것이었죠.

하지만 천안함 폭침 사고가 3월26일에 발생하면서, 다른 정치적인 사안들은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밀려나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의 윤영오 교수의 설명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윤영오: 천안함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평소에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유권자들의 눈과 귀가 전부 이 사건과 관련된 여러 가지 상황을 주시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까 다른 이슈나 쟁점 혹은 공약 등이 빛을 잃고 약해지는 현상을 우리가 경험하게 된 것이죠.

이에 덧붙여서 천안함 사고는 보수층을 결집하는 효과도 가져온 걸로 보인다고 윤 교수는 설명합니다. 다시 들어보시죠.

윤영오: 천안함 피해와 관련한 현재 분위기에서, 지금 정권이 어떤 의미에서는 보수적인 정권이다 보니까 ‘안보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정권이 좀 더 강해 보이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있고요.

정리를 하자면, 이번 선거는 천안함 사태의 여파로 인해서 다른 쟁점은 부각되지 못한 채 치러졌고, 안보 위기를 느낀 보수층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원래 여론조사의 추정과는 달리 야당인 민주당이 상당히 선전을 했잖아요. 그 이유는 뭐라고 분석할 수 있나요?

박성우: 네, 천안함 사태가 어찌 보면 ‘양날의 칼’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천안함 사태는 국민의 안보 심리를 자극해서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결과도 갖고 왔지만, 반면에 ‘현재 남북관계가 너무 악화됐는데, 이건 그 원인이야 어찌 됐든, 이명박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갖게 한 걸로 보인다는 거지요.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의 설명을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양무진: 한반도의 안보를 원한다는 목표 선상에서 ‘튼튼한 안보’와 ‘활기찬 남북 교류협력’의 균형 감각을 (정치권이) 가지도록 국민들이 선택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국의 선거에서는 이렇게 한쪽이 ‘좀 과하다’고 생각되면 유권자들이 다른 한쪽에 힘을 실어주는 현상이 전통적으로 나타나곤 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