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 몰 운영 하는 탈북자 ‘눈길’

자본주의 사회인 남한에선 출신 성분과 상관없이 번뜩이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향해 나가는 사람은 종종 화제의 인물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0:00 / 0:00

남한에서 태어난 사람에게도 쉽지만은 않은 인터넷 쇼핑몰 사업. 인터넷이란 가상공간에서 물건을 파는 사업을 말합니다. 이런 인터넷 사업을 하는 탈북자가 있어 소개합니다. 올해 31살의 탈북자 오세혁 씨입니다.

보도에 이진서 기자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공부면 공부, 사업이면 사업 하나만 하기도 버거워하지만 올해 대학을 졸업한 오세혁 씨는 21세기 신종 사업이라는 인터넷 쇼핑몰 운영과 함께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오 씨가 운영하는 가게 이름은 '반달이 샵'(www.halfmb.com). 시작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아직 사업 대출금조차 전부 갚진 못했지만,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오세혁: 상품 사진을 찍어서 올릴 때 물건이 잘 보이도록 사진 작업도 잘해야 하는데 그런 작업을 잘 못해서 매출은 저조한 상태인데 3월에 행사 때마다 가서 팔아서 한 달 매출이 한 150만 원 정도 됐습니다.

오세혁 씨는 탈북한 친구들 다섯 명과 함께 지난해 ‘한국청년정책연구원’의 도움으로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 가게를 꾸몄습니다. 오 씨가 현재 파는 물건은 반달이라는 곰이 그려진 옷. ‘어리둥둥 반달이“ 곰은 바로 자신들의 모습을 말해주는 듯해 상품화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오세혁: 북한에서 남한으로 보내진 백두산 반달곰이 지리산에 방사됐는데 두 마리는 죽고 나머지는 살아남았다 그런 얘기를 듣고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더러는 적응을 하고 더러는 적응을 못 하고 있다는 우리의 모습과 공통점이 있다...

올해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한 오 씨는 바로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에 합격합니다. 이제 읽어야 하는 책도 만만치가 않다며 두려운 마음도 있다고 말하는 오 씨. 하지만 사업을 하면서 얻을 수 있었던 경험들을 그냥 접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b>북한에서 남한으로 보내진 백두산 반달곰이 지리산에 방사됐는데 두 마리는 죽고 나머지는 살아남았다 그런 얘기를 듣고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더러는 적응을 하고 더러는 적응을 못 하고 있다는 우리의 모습과 공통점이 있다... </b> <br/>

‘반달이 샵’이 당장 이익을 창출해서 자신의 생활에 도움이 되진 못하지만 앞으로 남한 생활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물려줘 그들이 꿈을 이뤄가는 데 반달이 가게가 디딤돌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일에 대한 열정도 키워가고 있습니다.

오세혁: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 여럿이서 할 수 있는 하나를 만들어갈 수 있는 데 내가 기초를 만든다는 생각이 있어서 포기를 못 했습니다.

황해도 출신의 오세혁 씨가 북한을 떠난 때는 지난 1999년. 북한에선 장교를 양성하는 군사학교를 졸업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갑자기 집안에 닥친 경제적 어려움으로 그냥 앉아서 죽을 순 없어 절박한 심정으로 고향을 떠났다는 오 씨. 험난한 장애물을 뚫고 간 남한 생활이 이제 거의 10년이 다됩니다.

오세혁 씨는 반달곰을 그려 넣은 옷이 많이 팔리고 사업이 번창해서 돈을 벌게 되면 반달곰을 주제로 한 영화도 만들고 만화책도 만들어 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또 사업과는 별도로 올해 들어간 대학원을 졸업하면 북한 전문가가 돼서 UN 같은 국제기구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오세혁: 마음 속에는 항상 갈급함이 있습니다. 꿈을 위한 갈급함. 예를 들면 공부를 하고 있다가도 항상 꿈을 향해서 무언가 내 안에서는 자꾸 그쪽으로 향하게 합니다. 그래서 다시 붙잡게 됩니다. 그리고 하는 과정 중에 어려운 일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온 힘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세혁 씨는 학교 수업이 없을 때는 한국청년정책연구원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하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반달이 가게 일도 함께 보고 있어 지금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형편이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