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상임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배경과 향후 6자회담의 진로 등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허형석 기자, 우선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발언 내용부터 소개해 주시죠?
허형석:
네, 북한의 권력 서열 제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5일 이집트의 홍해 휴양지인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린 제15차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북한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의 핵개발계획과 관련한 군축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따라서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고 말했습니다. 6자회담이 영원히 끝났다는 발언이 눈에 띄는 대목이었습니다. AP, 로이터 등 외신이 전하는 바를 보면 또 김 상임위원장은 “주권과 평등에 대한 존중이 부정되는 곳에서는 대화가 있을 수 없고 협상도 있을 수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북한)정부는 핵 억지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결정적 조치들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도 발언했습니다.
앵커:
북한이 이미 6자회담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이것이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요?
허형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북한에 불리한 의장 성명을 채택하자 북한은 4월 14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으며 6자회담의 어떤 합의에도 구속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가 있습니다. 김 상임위원장의 발언은 이 발표의 연장선상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요 사안에 관해 북한이 발표하는 형식 중 ‘정부 성명’이 가장 격이 높고 ‘외무성 성명’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은 이미 자신의 의도를 충분히 내비친 바가 있습니다.
앵커: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김 상임위원장의 발언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습니까?
허형석:
북한이 김 상임위원장을 통해 6자회담을 재차 거부한 이유는 미국의 전임 부시 행정부와 설정했던 관계인 6자회담을 버리고 현재의 오바마 행정부와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려는 시도로 분석됩니다.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해서는 자신이 바라는 바를 얻을 수 없고 오히려 비핵화의 길로 들어서 결국엔 핵무장 해제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그동안 간절히 추구해온 북미 양자회담으로 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보입니다. 북한은 6자회담보다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직접 협상해 핵 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고 체제 보장에 관해 확약을 받는 방안만이 살 길이라는 굳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이 6자회담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상황에서 나온 김 상임위원장의 발언은 2003년 8월 출범해 지금까지 지속한 6자회담에 대해 사실상 종언을 선언했다고도 볼 수가 있습니다.
앵커:
북한은 어떤 이유에서 지금까지 6자회담에 참석했나요?
허형석;
북한은 6자회담이 태동할 당시 6자회담에 참석하길 꺼렸습니다. 그러다가 북미 양자접촉을 허용한다는 중국의 중재를 받아들여 이 회담에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양자 접촉의 기회가 적고 앞에서 말씀을 드린 대로 이 회담에 계속해 참가하면 비핵화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6자회담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6자회담은 미국의 대북 공세였습니다. 북한은 이런 6자회담을 무시할 수가 없어 이에 적절히 대처하면서 핵 무장으로 가는 시간을 벌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더는 시간을 벌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구실을 찾다가 유엔 안보리의 의장 성명을 계기로 6자회담의 불참을 선언했고 이번에 다시 김 상임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이를 확인한 셈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한은 핵 보유를 앞으로도 추구해 나갈 것인가요?
허형석:
러시아 출신으로 남한 국민대의 교수로 재직하는 안드레이 란코프 박사를 비롯해 북한에 정통한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은 경제난, 식량난을 비롯한 국내의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기까지 온 이유가 핵무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핵무기만이 북한의 체제를 받쳐 주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운으로 이어지는 가문 통치를 가능케 한다고 판단합니다. 핵무기가 없다면 미국이 관심을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미국의 공격으로 바로 멸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합니다. 그래서 북한은 6자회담을 비롯한 미국의 비핵화 공세에도 불구하고 핵 보유에 끈질기게 매달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지 않았던 이라크가 미국의 침공으로 무너지는 사례를 생생히 봤기 때문에 더욱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북한이 핵 보유를 추구하면서 6자회담을 거부한 상황에서 6자회담은 완전히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까?
허형석:
아직 불씨는 남아 있습니다. 어느 회담이나 상황에 따라 성패가 아주 가변적이어서 6자회담이 현시점에서 완전히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6자회담 의장국이면서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은 16일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6자회담 당사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의 약속을 준수하고 실질적인 조치에 나서 6자회담을 추진하고 한 단계 더 진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6자회담을 지속하겠다는 의사 표시입니다. 그런가하면 미국의 여론을 보여주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발언이 있습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4일 폭스 뉴스에 출연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담이 재개된다면 북미 양자회담이 아닌 다자 형태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15일 미국 외교협회 연설에서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향한 관련국 간의 더욱 강력한 공동 노력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는 모두 6자회담의 종료를 의미하는 발언이 아닙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며 6자회담을 재차 거부한 배경과 6자회담의 전망 등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