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새해를 맞으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한 6자회담이 재가동할 기미를 강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작년 12월의 양자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공감한 가운데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미국과 남북한을 비롯한 6개국이 참여하는 6자회담은 북한이 작년에 이 회담에서 발을 빼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겉돌기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6자회담의 성격과 현재 상황을 설명해 주시지요?
기자:
6자회담은 말 그대로 6개 당사자가 모여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회담입니다. 6개 당사자는 남북한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입니다. 북한은 생존 수단으로 핵무기 보유를 선택했습니다. 그렇지만 무분별한 핵무기 보유를 우려하는 미국은 이미 핵무기를 가진 국가 이외의 나라가 핵을 보유하는 상황을 막습니다. 핵의 비확산을 통한 재앙의 방지와 국제 질서의 유지가 목적입니다. 북한도 이런 요구를 무시할 수가 없어 미국이 주도한 6자회담에서 최대 적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는 북한에 비핵화 대가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대규모의 경제 지원 등을 제의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제의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면서 시간 벌기로 일관하다 구석으로 몰리자 작년엔 이 회담에서 영구히 탈퇴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6자회담은 공전 상태에 있습니다.
앵커:
이런 상태에 있는 6자회담이 새해에 들어 다시 가동할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기자:
재가동할 가능성이 많이 보입니다. 미국과 북한이 일단 작년 12월의 양자 회담에서 6자 회담을 재개한다는 데 공감한 데에다 특히 북한이 새해 벽두에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대화와 협상’을 통한 비핵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6자회담을 재개할 뿐만 아니라 남북 관계도 개선하기를 바란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6자회담의 재개와 남북 관계의 개선은 떼어 놓고 생각할 수가 없는 사안입니다. 이런 상황은 북한이 그다지 멀지 않은 시기에 6자회담에 참여하겠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나머지 당사국은 북한을 기다리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북한 나름의 저울질만 끝나면 6자회담은 재개될 전망입니다.
앵커:
6자회담이 다시 열린다는 전망을 뒷받침할 만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지요?
기자:
그런 움직임은 몇몇 군데서 감지됩니다. 우선 미국 국무부의 커트 캠블 동아태 차관보의 발언이 있습니다. 캠블 차관보는 6일 일본의 요미우리신문과 회견하고 “6자회담 재개가 머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7일에는 “북한이 양자 대화에서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잠재적인 의향을 암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도 “구정 이전에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도록 관련국이 희망하고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움직임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6자 회담 수석대표를 교체하는 한편 남북한과 일본 주재 대사를 교체했습니다. 이런 조치는 중국이 6자회담의 재개에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한편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작년 12월 28일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한 조건들이 이전보다 조금 개선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바람의 진원지는 결국 북한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6자 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사를 나타내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북한이 당면한 대내외적인 현안 때문입니다. 중요한 현안은 후계 구도의 구축, 경제난의 타개, 유엔 제재의 완화 등입니다. 북한이 2012년을 강성대국의 원년으로 삼은 가운데 이처럼 주요한 현안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정권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북한이 아무리 폐쇄적인 독재 국가라고 하더라도 대내외적인 현안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가를 존립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안을 해결하려면 6자회담에 복귀하고 남쪽에 대해서는 유화 정책으로 나와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외부적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와 대립하고 내부적으론 불안정한 상황을 맞습니다. 그러면 현안 해결에 필요한 안정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은 6자회담에 다시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북한은 작년에 일단 6자회담에서 발을 뺐는데 기존의 6자회담을 상정하고 다시 회담에 나서는지요 아니면 다른 틀의 6자회담을 구상하고 나서는지요?
기자:
기존의 6자회담이 아닌 다른 틀의 6자회담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이전은 물론 새해 벽두부터 자주 거론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이럴 경우 북한은 회담이 복잡해진 상황에서 시간을 벌 수가 있습니다.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보여 예봉을 피한 뒤 동시에 현상황을 끌고가 핵을 보유한 국가로 인정을 받으려 합니다. 그러려면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는 기존의 6자회담보다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함께 논의하는 다른 형태의 6자회담이 더 유리합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당사국에 제의한다는 북한 외무성의 1월 11일 성명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과 한국은 비핵화가 상당한 정도로 진전된다는 조건 하에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함께 논의해도 좋다는 입장입니다. 다른 틀의 6자회담에 대한 시각은 이처럼 다릅니다.
앵커:
6자회담의 의장국이고 북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기자:
중국은 6자회담의 재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미국의 입김을 줄이려는 관점에서 일을 벌이려 합니다. 중국은 현재 의장국으로 위상이 높습니다. 미국은 중국에 매달린 신세가 됐습니다. 미국과 대립하는 중국은 지정학적 견지에서 ‘핵을 보유한 북한’이 ‘붕괴하는 북한’보다 낫다는 생각이어서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하면서도 미국만큼 서두르지 않습니다.
앵커:
북한이 6자회담을 재개하고 대남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남한의 탈북 단체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데 그 내용을 소개해 주시죠?
기자:
이들은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에서 나온 비핵화 의지, 남북관계의 개선, 주민 생활의 향상 등을 한마디로 사기극이라고 치부합니다. 남한과 국제 언론 매체가 이 공동사설에 호의적으로 나온 이유는 북한 정권의 속성이나 실상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또 한국이나 미국에 대한 북한의 비난 자제는 기만 술책일 뿐 적대 정책의 수정 또는 포기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6자회담의 재개 표명은 시간 벌기에서 나왔다는 이야깁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올해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