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진전과 중국 Q/A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하는6자회담이 몇 년을 지나면서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는 중국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중국은 국제정치학적으로나 지정학적 견지에서 북한을 재촉해 비핵화를 빨리 진행할 이유가 미국만큼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우선 중국과 6자회담 간의 관계부터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중국은 현재 6자회담의 의장국으로서 영향력이 있습니다. 미국은 몇 가지 이유에서 6자 회담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깡패 국가(rogue state)’로 국제 사회에 널리 알려진 북한과 직접 협상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고 북한이 조미 제네바 양자 회담을 통해 나온 합의 사항을 뒤집는 행태를 보고서 증인격의 국가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일본, 러시아와 중국이 6자회담에 참여했습니다. 중국을 의장국으로 삼아 북한에 효율적으로 압력을 넣으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으로 6자회담을 떠받칠 군사력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러자 중국은 의장국으로서 오히려 힘을 얻고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반면 북한은 지연 전술로 일관하며 합의를 뒤집고 6자회담에서 일단 발을 뺀 상황입니다. 현재는 미국이 이렇게 나오는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들이려고 북한에 영향력이 있는 중국에 매달린 처지가 됐습니다.

앵커:

중국이 6자회담에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나왔다면 이 회담이 상당한 진척(進陟)을 보였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무슨 이야기인가요?

기자: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시킬 마음만 먹으면 이를 할 수 있습니다. 폐쇄적인 북한이 중국에 너무나 의존적인 관계여서 교류와 지원을 끊어버리면 북한이 일대혼란에 빠지는 일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석유 공급의 중단과 같은 극약 처방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향력을 지닌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적극적으로 추진만 한다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중국은 나름의 이유로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앵커:

중국이 6자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는 나름의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기자:

북한의 핵무장이 중국의 안보에 손해보다는 이익이 된다는 판단입니다. 중국의 지도부는 북핵이 미국에 저항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며 미국의 국제적인 위상을 약화시킬 수도 있는 수단으로 판단합니다. 미국이 인도의 핵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식처럼 중국도 북한의 핵으로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인도는 2006년 12월 핵 보유국으로 미국의 인정을 받은 상황입니다. 중국은 잠재적인 위협 세력인 인도에 대한, 미국의 이 같은 정책을 달가워할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을 내세워 미국에 대한 견제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의 강화도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북한은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영향권으로 확실하게 들어오려는 북한을 마다할 리가 없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북한이 일정 수준의 핵무장을 하는 상황을 묵인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앵커:

위의 이야기는 중국이 처한 국제정치학적인 견지의 분석입니다. 지정학적인 견지에서는 어떤 나름의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중국은 막대한 투자를 하는 동북 3성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는 한반도의 안정이 필수라는 생각을 합니다. 한반도, 즉 조선반도에 군사적 충돌이나 내전이 발생한다면 이 지역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어 특히 한반도의 안정과 현상 유지를 바랍니다. 이때 대규모의 북한 난민이 중국으로 들어가는 사태를 상정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북한에 사변이 일어나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국 해병대가 핵무기를 회수한다는 이유로 북한으로 들어온다면 이런 사태는 중국의 안보에 심각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입장에선 북한이 미국을 막아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현재 충분히 합니다. 중국은 이런 이유로 북한이 핵실험을 해서 국제 사회가 북한에 제재를 한다고 해도 그런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은 6자회담에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재촉하는 일에 적극적일 수가 없습니다.

앵커:

이 같은 이야기를 뒷받침할 만한 사례가 있나요?


기자:

작년 11월 24일자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의 보도가 있습니다. 이 신문의 분석을 보면 중국은 지하자원을 겨냥한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군사적 측면에서도 북한과 교류를 강화하는 편이 중국의 국익과 한반도의 안정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중국은 대북 제재의 강화가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함으로써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하게 되는 점을 우려해 수위 조절을 했습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의 대북제재위원회가 작년 11월 20일 중국과 관련해서 받은 보고서가 있습니다. 보고서를 낸 전문가 감시단은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안보리 결의 제1874호가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는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이런 두 사례로 미루어볼 때 중국이 6자회담과 대북 제재의 강화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은 자명합니다.


앵커:

6자회담은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이렇다하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를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미국은 이런 6자회담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미국은 6자회담을 포기한다면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상황이 된다고 우려를 합니다. 그래서 이 회담을 통해 북한을 잡으려고 외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이런 점을 간파하고서 되도록 6자회담에 들어오지 않으려 하면서 양자 회담에 공을 들입니다. 최근에는 미국의 압력을 받고 6자회담에 복귀한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이를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함께 논의하는 자리로 만들려합니다. 이는 비핵화라는 핵심을 흐리게 해 6자회담을 시간 벌기에 나서는 무대로 삼으려는 의도입니다. 미국은 양자 회담을 통해 북한과 핵 문제를 담판하면 북한 핵을 인정하는 꼴이어서 6자회담에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자, 그렇다면 6자회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어떻게 정리할 수가 있나요?

기자:

중국은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내려면 여러 측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북한에 대변화가 일어나 안정에 영향을 받게 되면 차라리 안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합니다. 중국은 6자회담도 ‘조선반도의 안정’이라는 대전제 하에서 진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앞서 말씀을 드린 대로 북한이 미국에 대한 방패막이의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갑작스런 변화보다는 현상 유지를 추구한다고 전망됩니다. 6자회담은 이런 중국의 입장을 감안할 때 미국이 바라는 바대로만 진행된다고 내다볼 수는 없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중국과 6자회담의 진전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