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북한의 복안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북한에서 권력 서열 제2인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북한이 공전을 면하지 못하는6자회담에 복귀하는 조건으로 미국 및 중국과 평화협정 체결을 비롯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6자회담 재개에 대한 북한의 속내가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통해서 자세하게 드러났습니다. 김 상임위원장이 밝힌 세 가지 조건은 무슨 내용이었습니까?
기자:
김 상임위원장은 6자회담 복귀의 전제로 ‘미국 및 중국과 평화협정 체결’ ‘안전 보장에 관한 미국과 양자 협의’ ‘경제 제재의 해제’를 요구했습니다. 23일 일본경제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 상임위원장은 이탈리아 의원단을 맞아 이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와 같은 조건의 제시는 의미가 있습니다. 김 상임위원장이 권력 서열의 제2인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그간 북한이 6자회담의 재개와 관련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비교적으로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입니다.
앵커:
김 상임위원장은 어떤 이유에서 이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습니까?
기자:
이 세 가지는 북한이 현재 당면한 가장 큰 현안이기 때문입니다. 평화협정과 안전보장은 북한이 조선전쟁 이후 지금까지도 신경을 쓰는 부분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재 체제를 미국이 흔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조건이 나왔다고 보입니다. 이와 함께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 밑에 있는 점도 염두에 두었다고 분석됩니다. 특히 유엔 안보리의 경제 제재는 북한이 견디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이 조건도 나왔다고 보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경제난의 타개는 ‘산 넘어 산’입니다.
앵커:
북한에 내린 유엔의 경제 제재를 해제해 달라는 세 번째 조건은 여러 차례 나왔던, 진부한 주장이 아닙니다. 이는 북한이 제재 때문에 상당히 고생한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가 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유엔의 대북 제재가 나름대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국과 미국의 당국자들은 북한이 제재 때문에 상당한 고통을 느끼고 결국엔 6자회담의 탁자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망합니다. 이런 정황은 미국 고위 당국자의 말에서도 나타납니다. 마이크 해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NSC) 대변인은 22일 “제재 결과로 북한이 제 정신을 차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도 “제재 효과를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겠지만 북한이 이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한이 경제 제재로 상당히 고생한다고 볼 수 있는 정황 증거가 있습니까?
기자:
북한이 남한에 대해 제의한 일련의 회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재 국면을 벗어나려는 북한의 움직임은 개성공단과 관련한 실무회담, 남북한 간 통행과 통관 및 통신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군사 실무회담 등에서도 감지됩니다.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재개하기 위한 회담의 제의는 특히 ‘달러 상자’를 염두에 두었다고 분석됩니다. 현재 유엔의 제재로 무기 수출이 막혀 외화를 만지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금강산과 개성 관광은 달러가 바로 들어오는 통로가 됩니다. 북한이 남쪽에 먼저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금강산과 개성 관광을 재개하자는 회담까지 제의한 것입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기자:
두 나라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효력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때까지는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북핵 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의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0일부터 24일까지 미국을 방문해서 고위 관계자를 만나 이 문제를 협의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보입니다. 두 나라는 대화를 하더라도 제재의 고삐를 당기겠다는 ‘이원 접근’을 당분간은 고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현재 겉돌고 있는 6자회담에 복귀하는 조건으로 내건 3개 사항에 미국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기자:
일단 미국 국무부의 필립 크롤리 공보 담당 차관보는 25일 북한은 무조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크롤리 차관보는 “북한이 6자회담에 다시 나와서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 다른 문제를 갖고서 양자 또는 다자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누차 이야기한 바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효력을 나타낸다는 인식 하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는 들어줄 수 없다는 조건입니다.
앵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때 국제 사회가 제시할 새 포괄안이 나왔다면서요?
기자:
25일자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의 보도가 있습니다. 이 신문 내용을 보면 한국을 비롯한 다른 6자회담 참가국은 북한 핵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책을 담은 새로운 제안을 공동으로 내놓는 방향으로 대체적인 합의를 보았습니다. 새 포괄안은 미국이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협정 체결, 대북 경제 지원 등 세 가지 사항을 동시에 실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6자회담의 재개를 어떻게 전망할 수 있습니까?
기자:
대북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6자회담 재개에 관해 비관적 전망까지는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낙관할 전망을 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28일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의 진찬룽(金燦榮) 부원장은 6자회담의 전망이 불투명해 경색 국면이 지속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의 이 발언과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내건 조건을 연계한다면 6자회담의 재개를 당분간 내다보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보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6자회담의 재개와 관련한 김 상임위원장 발언의 의미를 정리해 주시지요?
기자:
김 상임위원장이 말한 세 가지 조건이 북한의 최대 현안입니다. 그래서 6자회담의 복귀를 고대(苦待)하는 미국에 이런 조건을 타진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회담을 상당히 고대하는 미국도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세 가지 조건은 조미 간에 벌어지는 외교전의 일환으로 나와 북한의 속내를 잘 드러낸 점 외에 이렇다할 다른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분석됩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복안을 놓고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