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이 다시 동면으로 들어갔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해 온 국제 협의체인 6자회담은 그간 북한의 철저한 외면으로 무용론마저 나왔습니다. 북한이 그런 상태에서 천안함 사태까지 일으켜서 동북아 지역에서 긴장을 고조(高調)시키는 바람에 6자회담은 이젠 기나긴 겨울잠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이에 관한 이모저모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현재 완전한 교착(膠着) 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그간 진행 상황을 말씀을 해주시지요?
기자: 6자회담은 2008년 12월에 마지막으로 열린 뒤 현재까지도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작년에 6자회담의 탈퇴를 발표하고 그 이후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복귀 권유에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작년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6자회담의 재개와 관련해 양자 대화를 하고 6자회담을 재개할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올해초 1)유엔 대북 제재의 해제와 2)선(先) 평화회담-후(後) 비핵화 논의라는 회담 재개의 새 조건을 들고 나왔습니다. 관련국이 이와 관련해 의견을 조율하다가 3월말 천안함 사태라는 엄청난 역풍을 만나는 바람에 6자회담의 재개 논의를 더는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6자회담의 향방은 점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앵커: 북한이 올해 초 회담 재개의 새 조건을 들고 나와 비핵화를 논의해 온 6자회담의 방향을 틀려는 가운데에서도 6자회담은 조만간 재개된다는 전망이 있었지 않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천안함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만 해도 6자회담은 늦어도 4월 중으로 개최될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2월 말 워싱턴에서 "북미 간에 추가 대화를 하고 6자회담이 열린다고 논리적으로 전망할 수 있다"면서 "그 시기는 3-4월로 본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2월 말에는 아시아의 관련국을 순방하며 의견을 조율하고 "북한의 복귀 동의만 있으면 회담이 바로 시작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중국의 우다웨이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도 비슷한 시기에 관련국과 협의하고 회담 재개를 요청했습니다.
앵커: 한국 정부는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재개에 어떤 견해를 갖고 있습니까?
기자: 한국 정부는 천안함 사태를 처리한 뒤 6자회담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유명환 외교 통상부 장관은 6월 2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제출한 업무 보고 자료에서 "6자회담 재개에 관해서는 천안함 대응 후 관련국들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은 천안함 문제가 어느 정도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6자회담의 진행이 어렵다는 견해입니다. 미국도 이와 같은 선(先) 천안함-후(後) 6자회담이라는 한국 입장에 동의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앵커: 천안함 사태가 발생해 6자회담의 개최가 정말 요원(遙遠)하게 보였을 때 미국과 중국은 이 회담의 재개에 관해서 어떤 견해를 나타냈습니까?
기자: 미국과 중국은 모두 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4월 13일 워싱턴에서 제1차 핵안보 정상회의의 폐막 연설에서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4월 23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무장관 회의가 끝난 후 "북한이 핵 개발의 중단을 위한 6자회담에도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중국 외교부의 장위(姜瑜) 대변인은 5월 6일 "조속히 6자 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는 4월 22일 "6자회담 관련국은 더 긍정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6자회담의 주요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은 6자회담이 지속돼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수시로 나타냈습니다.
앵커: 미국과 중국이 이런 입장을 표명하는 가운데 북한은 어떤 입장을 나타내고 있습니까?
기자: 6자회담을 계속 외면하는 입장입니다. 북한은 작년 6자회담을 탈퇴했을 때 손익 계산을 끝냈다고 보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어서 94년부터 2008년까지 합의 번복을 반복하고 시간 벌기를 하며 회담에 참석해 왔습니다. 특히 90년대에는 강력한 군사력을 지닌 미국의 요구는 무시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젠 시간 벌기에도 어느 정도는 성공했고 합의를 다시 번복하기가 어려운 상황을 맞아 6자회담에 계속 참가하기가 불편합니다.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도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으로 분산돼 북한만을 겨냥하기가 어려워져 이전보다 공포 대상이 아닙니다. 6자회담은 이 같은 상황에서는 핵보유국 지위를 얻으려고 굳히기 동작에 들어가는 북한한테 귀찮은 장애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그래서 일각에선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북핵 문제를 6자회담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6자회담 무용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소개해 주시지요?
기자: 6자회담 무용론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최근의 사례를 들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의 정권 교체를 유도해야 한다고 미국 국방부의 그레고리 슐티 우주정책 담당 차관보가 주장했습니다. 슐티 차관보는 미국의 외교 전문 잡지인 '포린 어페어즈' 7/8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핵 보유에 따른 대외 위신과 영향력, 안보 등이 국제 사회에서 가해지는 가벼운 제재와 불확실한 보상보다도 훨씬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과 동맹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북한 지도부의 야욕을 단념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이런 주장은 미국으로서는 묘책이 없다는 이야기로도 볼 수가 있습니까?
기자: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묘책이6자/양자 회담 외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1994년부터 2008년까지 북한과 씨름을 벌여 왔습니다. 특히 북한 지도부가 비핵화에 대해서 국제 사회가 제공하려는 경제적인 보상에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더 큽니다. 북한이 어려운 상황에서 생존해 온 관계로 경제 제재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더구나 주한 미군 때문에 미국의 군사 행동도 쉽지는 않습니다. 미국은 속수무책(束手無策) 상황입니다.
앵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비핵화에 나설 가능성은 어느 정도나 된다고 보입니까?
기자: 그 가능성은 작다고 보입니다. 북한이 회담에 복귀한다고 해도 여러 조건을 달거나 다른 의제를 논의함으로써 회담의 초점을 흐리려한다고 전망됩니다. 북한 정권은 자체 생존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습니다. 가장 두려워하는 적인 미국에 핵무기만큼 확실한 저항 수단은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 보니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고 이를 가진 상태에서 미국과 협상해 핵 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고 싶어합니다. 6자회담은 현재 단계에서 족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다시 동면에 들어간 6자회담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