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자 가족들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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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월남자 가족들은 출신 성분에서 최하층으로 분류돼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차별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80년대 말 이후 남쪽 가족으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는 월남자 가족들이 늘어나면서 그 위상이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북 명천이 고향인 실향민 김명성 씨(가명). 김 씨는 최근 북쪽에 있는 가족에게 미화 천 달러를 보냈습니다.

북쪽 가족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2002년. 중국에 있는 사람을 통해서였습니다.

이 후 김 씨는 매년 2천 달러 정도 보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미화 2천 달러는 그다지 많은 돈이 아니지만, 북한에선 일반 노동자가 10년 이상을 벌어야 하는 큰 액수입니다.

더구나 최근 달러 환율이 올라 그 가치는 더 높습니다.

김 씨로부터 돈을 받기 전까지 북쪽 가족들은 월남자 가족으로서 심한 차별을 받으며 궁핍하게 살았습니다.

지금은 김 씨가 보내준 돈으로 여유 있게 살 뿐만 아니라, 요즘엔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김 씨는 밝혔습니다.

예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얘기입니다.

물론 아직도 북한의 월남자 가족들이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80년대 말 이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고 남쪽 가족으로부터 금전적 도움을 받아 여유 있게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월남자 가족들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탈북자들은 전합니다.

한국 내 탈북자 지식인 모임인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의 말입니다.

김흥광: 제가 다니던 대학에도 한 교수님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서)형님을 만나고 오셨는데, 만불 정도 가져와서 시집 못가던 딸도 결혼시키고 집도 새로 장만하고..

과거 중국 등에서 이산가족의 만남을 주선했던 한 탈북자는 “북한에선 특별히 고위 당 간부가 아닌 이상 돈 많은 사람이 대우를 받는다”면서 “돈만 있으면 출신 성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북한에서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우리도 한국에 친척 한명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상봉 참가자들을 부러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김흥광 대표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김흥광: 만나면 뭔가 꼭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만나는 과정에서 주소라도 알게 되면 차후에 믿고 살만한 구석이 생긴다는 것이죠.

상봉자들이 남쪽 가족을 통해 앞으로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받을 거라는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이산가족 상봉자가 공식적으로 남쪽 가족을 만나러 가려면 당 위원회로부터 사전에 사상교육을 철저히 받습니다.

그리고 상봉장에서 생길 수 있는 말실수로 자칫 위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쪽 가족으로부터 받게 되는 도움에 비하면 이런 고충쯤은 기꺼이 감내할 수 있다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