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인권위 "대북방송· 전단 전폭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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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주민의 외부 정보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6일 통과시켰습니다. 인권위원회의 북한에 대한 태도가 예전과 비교할 때 상당히 변화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서울의 박성우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안녕하세요.

진행자: 국가인권위원회가 통과시킨 권고안의 내용을 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박성우: 한마디로 말하자면 한국 정부가 대북 방송과 전단 살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라는 겁니다. 이 권고안은 통일부와 국방부,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가능한 모든 매체를 통해 북한 주민에게 외부 실상을 알리는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권고안에는 정부가 민간 대북방송에 단파와 중파 주파수를 제공하는 등 정부가 가진 유휴 자원과 과거 축적한 관련 지식을 민간단체에 지원하도록 권고하는 내용도 포함했습니다.

진행자: 권고안의 통과 과정이 좀 복잡했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같은 안건이 지난 8월에도 상정됐는데요. 하지만 당시 회의에서는 논란 끝에 의결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습니다.

논란이 있었던 이유는 대북 방송이나 전단이 인권위원회의 업무와 직접 관련된 건 아니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도 이른바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 그러니까 권고안에서 왜 하필 대북 방송과 전단을 거론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6일 회의에서는 표결 끝에 찬성 6표, 반대 2표로 권고안은 의결됐습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은 “북한 주민의 실상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하고, “북한의 인권도 우리가 다뤄야 하고 북한 주민이 사고하고 판단할 근거인 정보나 자료를 마련해줘야 한다”면서 찬성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반대 의사를 표시한 장향숙 상임위원과 장주영 비상임위원은 “권고 내용에 구체성이 없고 권고안이 어떤 실효성이 있는 지도 의문”이라면서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진행자: 인권위가 이젠 북한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박성우: 그렇습니다.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인권위원회가 북한의 인권 상황을 다루는 것 자체가 금기시됐습니다. “북한은 실효적으로 관할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예전에 인권위원회가 내놓던 설명이었는데요.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태도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2008년에 탈북자의 증언을 통해서 북한 주민의 인권 실태를 조사한 게 그 시작이었고요. 올해 4월에는 북한의 인권 업무를 전담하는 ‘북한인권팀’을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색깔이 바뀌면서 인권위원회의 북한 인권에 대한 관여 수준이 달라지고 있는 거지요.

진행자: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통과된 권고안의 내용을 보면 북한에 대한 압박 정책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던데요?

박성우: 네, 그런 지적이 있습니다. 북한 주민에게 정보가 잘 전달되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촉구하는 게 이번 권고안의 내용이지요. 다시 말해서 대북 방송이나 전단지 살포를 지원하라는 건데요. 북한 주민이 정보에 접근하게 되면 외부 세계에 눈을 뜨게 될 것이고, 이건 다시 말해서 북한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유도하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거죠.

이런 해석이 가능한 건 지난달 29일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에서 북한 스스로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사실상 접은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인권위의 이번 권고안이 정부의 대북 정책을 대변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남북관계의 흐름을 볼 때 이번 권고안은 정부 내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권고안이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는지를 놓고는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방연구원의 김태우 박사 같은 경우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한미연합 대잠훈련보다 더 아픈 대북제재가 심리전”이라면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대북 방송과 전단 살포”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에 익명을 요구한 어느 전문가는 “북한의 변화를 위한 압박 성격의 시도들이 북한을 괴롭힐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체제 전환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