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은 금강산에 있는 남한 정부와 민간 기업의 부동산에 몰수와 동결 조치를 내려서 남북 관계에서 조급성을 다시 드러냈습니다. 외화난을 타개하려는 수단의 하나로서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촉구했지만 남한 정부가 이에 전혀 응하지 않자 결국 이 같은 극단의 조치를 내렸다고 보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우선 북한 당국이 23일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의 대변인 담화를 통해 금강산 지역에 있는 남한 부동산에 대해 내린 조치부터 설명해 주시지요?
기자: 한국 정부와 공기업 한국관광공사가 소유한 부동산 5건을 몰수하고 현대아산을 비롯한 민간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을 동결했습니다. 이번에 몰수한 부동산은 이미 동결 조치를 내렸던 재산입니다. 남조선 당국의 자산은 금강산 면회소, 소방대이며 한국관광공사 자산은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 등입니다. 몰수한 부동산은 법적 절차에 따라 북한이 소유하거나 새 사업자에게 넘깁니다. 이와 함께 금강산 관광지구에 있는 나머지 남측 부동산도 모두 동결하고 그 관리원은 추방하는 내용입니다. 북한 당국은 동결 및 추방 조치를 27-30일 합니다. 이번에 나온 조치는 남한 측을 압박하기 위해 이미 예고했던 '특단의 조치' 제2 단계로 보면 됩니다.
앵커: 북한 당국의 조치에 대한 남한 당국의 반응은 무엇입니까?
기자: 한국 통일부의 당국자는 23일 "북한 조치가 사업자 간 합의와 당국 간 합의, 국제 규범에 어긋나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남북 관계를 근본적으로 파탄시킨 부당한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2008년 7월 금강산 지구에서 북한 초병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남한 관광객 박왕자 씨 사건과 관련해 진상 규명, 재발 방지책 마련, 신변안전 보장 등 3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관광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한이 한국 정부의 재산 동결에 이어 재산 몰수까지 한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기자: 한국 정부의 태도가 변하지 않아 마음이 조급해졌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을 드린 대로 한국 정부는 3대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관광을 재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이를 맞추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한국 정부도 다른 대책을 내놓을 수가 없습니다. 북한 당국은 여기에다가 한국 해군 함정인 천안함의 침몰로 대북 관계가 냉랭해진 상황에서는 이렇다할 조치를 더 기다릴 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압박 수위를 최대치로 높이려고 전통적인 '벼랑 끝 전술'의 일환으로 이와 같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고 분석됩니다.
앵커: 북한이 금강산지구의 남한 재산에 내린 조치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습니까?
기자: 남조선 사람의 금강산 관광이 사실상 폐쇄 국면으로 들어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우여곡절 끝에 12년만에 막을 내렸다고 보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전환이 없는 한 북한 당국도 관광 재개에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관측됩니다. 앞으로 남북 정상이 이에 관해 돌파구를 마련할 때까지 당국자의 선에서 관광의 재개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고 보입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남한 정부의 자산을 몰수하고 현대아산을 비롯한 민간 기업의 자산을 동결함으로써 남한 정부와 기업이 갈등하도록 하는 소지를 남겨놓았습니다.
앵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남조선 사람이 금강산을 다녀갔으며 북조선 당국이 이 금강산 관광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얼마나 되는지요?
기자: 1998년 11월부터 남한 관광객의 피살로 관광이 중단된 2008년 7월까지 약 10년 동안 남조선 사람 193만 4천6백60여 명이 금강산을 다녀갔습니다. 관람료 약 5억 달러에다가 남조선 사람이 그곳에서 사용한 돈까지 합하면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북조선에 떨어진 돈은 약 10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금강산 관광은 1999년과 2002년의 제1,2차 서해 교전, 2006년의 북한 핵 실험, 1999년의 남조선 관광객 민영미 씨 억류 사건 등으로 몇 차례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선박으로 묵호항-장전항을 잇는 형태로서 시작한 금강산 관광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화해정책으로 육로 관광, 내금강 관광, 승용차 관광 등으로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금강산 관광은 남북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앵커: 북한 당국은 금강산 관광에서 벌어들인 돈을 인민을 위해 사용했습니까?
기자: 그렇다는 징후가 없습니다. 북한의 폐쇄성 때문에 금강산 관광에서 벌이들인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북한 측으로서는 금강산 관광의 대가는 아주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었습니다. 설비와 운영도 남한 측에서 했던 관계로 북한 측은 장소만 제공하면 됐습니다. 그야말로 현금 장사였습니다. 그런데 이 돈은 북한 지도부가 핵무기나 미사일을 개발하거나 일인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비용으로 대부분 사용됐다고 대북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앵커: 북한 당국은 앞으로 금강산의 한국 자산과 관련해 어떤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까?
기자: 한국의 민간 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한 몰수 조치를 취할 수가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자산을 몰수하고 민간 기업에 대해선 일단 동결 조치를 내렸기 때문에 다시 민간 기업의 자산에 몰수 조치를 취한다고 전망됩니다. 현대아산을 비롯하여 한국 기업과는 계약 파기를 선언하고 외국인과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을 실시한다고 발표할 것으로도 보입니다. 남북 관계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북조선 당국은 그동안 보였던 행태로 미루어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는 남조선에 대한 추가적인 압박 조치를 계속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북한 당국은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조치를 내놓으면서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개성공단 문제까지 거론했습니다. 이는 대남 압박의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미입니까?
기자: 그런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미 개성공단의 통행 차단을 인내의 한계로 내비친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금강산에 있는 한국 민간 기업의 자산을 몰수한 뒤에는 개성공단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은 남쪽에 죄기 일변도로 나왔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밀어붙이기를 중단할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여기에다가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호의적으로 나가기도 여러 모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밀어붙이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다수의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한국 기업을 압박하는 조치를 또 내놓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와 동시에 한국 정부와는 입장이 다른 기업을 부추켜 정부와 갈등하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한다고 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북한 당국이 23일 금강산 관광 지구에 있는 한국 정부와 민간 자산에 내린 몰수와 동결 조치의 배경과 의미, 전망 등에 관해서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