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마식령 스키장 이례적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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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한창 공사 중인 마식령 스키장 건설 현장에 이례적으로 미국 등 서양인 대상 북한 관광 업체 대표를 초청했습니다. 스키장 건설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해보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정아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고려여행사가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 건설 현장을 최근 직접 방문했습니다.

이 여행사의 사이먼 카커럴 대표는 27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과 글을 통해 몇 주 만에 호텔 전체 건물의 구조가 벌써 거의 다 세워진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마식령 스키장 시설 공사가 매우 신속히 진행되고 있다며, 스키 슬로프의 뼈대가 세워지고, 스키장 입구, 스키 리프트 장비 교환소 등이 완공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카커럴 대표는 또 건설 작업의 총감독(director)이 최근 스위스 정부가 북한에 스키 리프트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한 것과 상관없이 올해 말까지 반드시 스키장이 완공될 것이라고 자신했다고 전했습니다.

고려여행사가 공개한 공사 현장 사진 속에서는 많은 건설 참여 인력으로 붐비고, 건설에 참여한 군인들이 묵고 있는 언덕의 임시 숙소도 보였습니다.

또 ‘마식령 속도로’라는 스키장 건설을 선전하는 푯말들이 곳곳에 붙어 있었습니다.

이번 건설 현장 참관에는 외국인 북한 관광 운영자 대표단이 초청됐으며 대부분 중국인 관광업자들과 유럽, 말레이시아, 그리고 미국인 관광 회사 운영자들이 포함됐습니다.

한편,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 필요한 장비 구매와 관련해 북한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유엔은 대북 제재 조항에 스키와 골프 등이 사치품으로 규정(Articles and equipment for skiing, golf, diving and water sports: No. 21 of Annex III)하고 있어, 스키장 운영에 필요한 운송시설인 리프트를 제조하는 이탈리아의 업체 라이트너(Leitner Ropeways)와 같은 대표적인 스키 용품 회사들이 북한과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라이트너 사의 마우리치오 토데스코(Maurizio Todesco) 공보담당은 북한의 스키장 건설에 당분간 어떤 부품도 공급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지난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토데스코 담당 : 저희 회사는 이탈리아 외무부와 협의 하에 당분간 북한에 스키장 설비를 팔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북한의 스키 협회는 24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같은 국제사회의 스키장 장비 불허를 유엔 헌장 유린이라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서방 여행사 대표를 이례적으로 대거 스키장 건설 현장에 초청한 것은 이 같은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누그러뜨리려는 시도로 분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