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식령 속도’ 문답식 경연에 불만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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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마식령 속도'라는 주제로 전국적으로 문답식 경연을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식령 속도를 창조하자는 김정은 제1비서의 호소문을 달달 외워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그야말로 고역이라고 하는데요,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치적 쌓기 일환으로 추진되는 '마식령 속도' 문답식이 최근 대학생들 속에서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최근 평안북도 국경지방의 한 대학생은 "지금 전국적으로 '마식령 속도'를 가지고 문답식 경연을 진행하라고 지시해 전국의 대학들과 사회직장들에서 '마식령 속도' 호소문 외우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고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에 따르면 대학 당국은 소대별로 마식령 속도 호소문을 문항별로 달달 외우게 한 다음 학급별로 경쟁을 시키고, 거기서 당선된 학급은 대학 간 경연에 나가게 된다며, 요즘은 밤늦게까지 암송하라고 강요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농촌전투에 동원됐던 6월과 7월에 이어 휴전협정 60주년 행사에 동원되느라 대학생들은 개학 이래 한 달 밖에 공부를 못했다"면서 "정규 수업이 많이 밀렸는데 거기다 마식령 속도인지 뭔지 문답식까지 조직해 사람들을 들볶는다"고 피로감을 호소했습니다.

계속하여 그는 "고등중학교에서도 날이 어두워 칠판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문답식 공부를 시키는데 방학 전까지 학기말 시험을 치기도 어려운 형편이어서 여기저기서 불만이 많다"고 터놓았습니다.

그는 "요즘 아리랑 공연에 참가했던 평양시 중학교들에서는 인민군대 초모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졸업을 늦출 수 없다"면서 "밤늦게 공부시키는 와중에도 문답식 공부를 시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최근 평양에서 중국에 나온 한 주민도 "80년대 속도 창조 때와 희천 속도 창조 때도 문답식 바람이 불었는데, 지금 새로 올라온 김정은 시대에도 문답식 관행은 여전히 없어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에서 '마식령 속도'가 대두된 것은 경제관련 업적이 일천한 김 제1비서의 치적을 쌓기 위한 노동당 선전부의 작품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문답식경연 등 주민선동 사업을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주관하는 것만큼 최근 김 제1비서를 밀착 동행하고 있는 최휘 노동당 제1부부장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휘 노동당 제1부부장은 오랫동안 북한 청년동맹조직에서 사상담당 비서를 맡아 수백만 청년들을 김 부자 사상으로 무장시키는 선전분야의 전문가로 활약해온 경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북한 노동당선전부가 마식령 속도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만들어 김정은 경제관련 업적으로 둔갑시키는 데 매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식령 속도와 관련해 국경지방의 북한 주민은 "요즘 눈만 뜨면 마식령 스키장 지원물자요 하면서 장갑과 음식재료를 걷어간다"면서 "인민들한테서 짜내는 게 마식령 속도인가고 불만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공사기일을 단축한다고 무리하게 군인들을 내몰다가 산사태가 난 것처럼 앞으로 마식령 스키장이 부실공사로 판명날 경우 김정은 우상화에 흠집으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이 주민은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