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불법영상물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이나 외국 영화들을 감상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초기 남한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던 한국영화들이 여전히 북한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999년 이후 북한에서 제노라(내로라)하는 사람들속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한국영화 한편이 있습니다. 남한배우 박신양과 전도연이 출연한 영화 ‘약속’으로 북한주민들이 남한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한 생활과 예술세계에 관심을 갖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거의 잊혀진 이 영화가 북한의 젊은 청년들속에서 여전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영화 ‘약속’을 몰래 보다 적발된 북한 젊은이들이 ‘인민재판’ 무대에 선 사건도 양강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4월 7일 혜산시 혜산영화관 앞에서 ‘주민폭로회’가 진행됐다”며 “이날 진행된 ‘주민폭로회’에서는 한국영화 ‘약속’을 보다가 잡힌 젊은이 6명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재판을 받은 젊은 청년들은 혜산시 사방야계사업소 노동자 김호철, 김순실, 도시설계사업소 설계원 이은심, 혜산동 18반에 사는 이성구, 백은경, 혜명동 30반에서 무직자로 생활하던 양정애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들은 모두 중학교 시절 동창생 사이였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이날 재판에서 직업이 있는 청년들은 ‘노동단련대’ 6개월 형을, 직업이 없는 청년 양정애는 1년간 노동교화(교도) 형을 선고받았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특히 영화를 몰래 USB 저장장치에 보관하고 있던 무직자 이성구와 다른 친구들을 집에 끌어들여 노텔(휴대용 DVD)로 영화를 보도록 조장한 백은경은 ‘주민폭로회’에서 징역 2년형에 처해졌다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중앙에서 불법영상물을 뿌리 뽑는다고 하지만 우리 내부에 얼마나 많은 외부 영상물들이 돌고 있는지 사법기관들이 알고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2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래 전에 남한이나 외국에서 큰 인기를 끈 영화들은 주민들이 단속을 피해 계속 보관해 오고 있다”며 북한 내부에 처음 들어 온 “한국영화 ‘약속’, ‘조폭마누라’, ‘투캅스’와 중국영화 ‘사랑의 품’은 지금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