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단속 강화에도 남한 영상물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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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당국이 이른바 자본주의 황색 바람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지난해부터 한국 영상물과 동영상 단속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외부 정보에 목마른 북한 주민들의 욕구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탈북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에도 중국에서 북한으로 컴퓨터와 노트텔, 손전화 등 전자기기가 대량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들 전자기기에는 영화와 연속극 등을 볼 수 있는 영상재생 프로그램이 깔려 있습니다.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 : 노트텔 같은 경우 운전하는 분들이 자동차에 넣어서 다니면서 영상물을 보고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에서도 아주 인기가 많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싸고요.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역시 남한 영화와 텔레비전 연속극입니다. 북한에서는 남한 영상물을 거래하는 암시장도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습니다.

오랫동안 북한에서 영상물을 유통시켰던 탈북자 김동람 씨는 24일 북한전략센터가 주최한 학술토론회에 나와 이같이 밝히고, 북한의 외부정보 유입 실태를 소개했습니다.

김 씨는 “일반 주민뿐만 아니라 고위층 간부들도 남한 영상물을 즐겨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동람 : 평양 인민보안성 선전국장 밑에 선전부장이 있는데요. 남한에서 남북 여자축구를 할 때 선수들을 이끌고 왔던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2003년에 저한테 남한 드라마 3편을 구해달라고 해서 평양에 출장 갔던 적이 있습니다.

북한 주민 가운데 열의 아홉이 남한 영상물을 보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특히 생방송으로 남한 방송을 보는 주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북에 계실 때 남조선 KBS 방송 보신 분 계십니까. 제가 살던 함흥 지역에선 오늘 나오는 텔레비전 방송도 그대로 볼 수가 있습니다. 1990년대까지는 어려웠지만, 2003년 이후에는 신호를 보내주는 곳이 있어서 노력만 하면 볼 수가 있습니다.

남한 영상물의 영향으로 한국의 일상적 생활문화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남한 영화와 텔레비전 연속극은 남한의 거리와 사람들의 표정까지 그대로 담아내 남한에 대한 동경심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이 지난해부터 남한 영상물 단속을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 공개 처형도 늘고 방식도 잔인해지고 있지만, 그럴수록 더욱 은밀한 방법으로 유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