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부와 노동당 산하에 외화벌이 회사들을 새로 조직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중 무역창구들을 늘려 국제사회의 금융제재를 무력화 시키고 외화를 벌려는 의도라고 전했습니다.
보도에 최민석 기자입니다.
최근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북한 국경지역들에 소규모 무역회사들이 새로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마 전 중국에 사업차 나온 한 북한 무역업자는 "작년 11월부터 군과 중앙당 산하에 무역회사를 조직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화폐개혁 이후 국방위원회 산하에 통합되었던 무역회사들이 다시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중국과 무역하게 되었다"고 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북한 무역 계통에 밝은 이 소식통에 따르면 이미 북한군 병기총국(제509군부대)과 정찰총국, 교도지도국 등 인민무력부 산하 총국들에도 무역회사를 차리라는 비준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이 소식통은 또한 "함경북도 지방에 만도 이미 10여개의 무역회사들이 생겨났다"면서 "그 중에는 노동당 선전선동부 산하 사적지 관리국도 변강무역 지표를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무역업자는 "이미 무역허가를 받은 회사들은 1~2월에 서류정리를 끝내고 3월부터는 본격적인 무역활동에 들어간다"면서 "요즘 중국대방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들 회사들은 중국에서 사업하는 사람과 친척관계에 있는 북한 내 주민들을 물색하기 시작했고, 이들에게 '무역 지사장' 등 직함을 주어 연락하고 있다고 다른 중국 내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중국 길림성 연변 지방의 한 조선족 사업가는 "얼마 전 조선(북한)에 살고 있는 친척으로부터 무역을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이미 무역 거래에 필요한 서류들을 팩스(학스. 북한의 팩스 표현)를 통해 주고받았다"고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말했습니다.
북한 무역 회사들이 요구하는 조건은 외상 거래방식. 즉, 중국에서 먼저 물건을 받고 대금을 후에 물어주는 방식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조선족 사업가는 "북한 무역업자들이 쌀과 건축 자재들을 먼저 외상으로 받고 그것을 팔아 해당 수출재료를 갚아주는 방식으로 하자고 제안해온다"면서 "변강 무역에 동원된 회사들은 다 수중에 돈이 없는 페이퍼 컴퍼니(장부상에 이름만 있는 회사)"라고 귀띔했습니다.
북한에서 무역 허가를 받은 회사라 할지라도 회사에 현금이 없기 때문에 중국 측으로부터 먼저 물건을 받아야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 조선족 사업가는 "과거 조선에서 무역을 한답시고 나온 사람들이 너무 허풍을 떨어 사기당한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이번에도 돈도 없으면서도 무역와크(무역허가증)만 가지고 변강무역에 뛰어든 사람들이 대다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무역회사들을 새로 조직하는 것과 관련해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외화난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김광진 초빙 연구원입니다.
"대풍그룹을 통해서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자본 유치를 시도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아서 다른 채널을 모두 동원해서 최대한 모든 자원을 확보하고 무역활동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화폐개혁 이후 모든 무역회사들을 국방위원회 산하에 귀속시키고 통합적인 무역시스템을 꾸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무역회사들을 다시 조직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금융제재망을 피해가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미국의 금융제재가 심해져 외국자본 끌어들이기에 실패하자, 북한이 덩치가 큰 무역기관을 다시 쪼개 각개 분산 행동으로 넘어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