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의 강력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밀수를 목적으로 압록강을 건너다 목숨을 잃는 주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최근 내린 비로 강물이 크게 불었는데도 가족의 생존을 위해 주부들이 목숨을 건 밀수 길에 나서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알려왔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폭우로 압록강 물이 많이 불었지만 목숨을 걸고 밀수에 나선 가정주부들이 늘고 있다고 북한 양강도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전언입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8월 19일 새벽에 (혜산시) 연풍동에 있는 상수도 사업소 취입구(취수구) 쪽에서 여성들의 시신 5구가 발견됐다”며 “사망한 주민들은 모두 혜산시 검산동과 송봉동에 거주하는 여성들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시 보안부의 조사결과 이들 다섯 명의 여성들은 약초를 중국에 밀수하기 위해 19일 새벽 1시경에 혜산시 송봉동에서 국경경비대의 안내를 받으며 출발했다는 것입니다. 이들 여성들을 안내한 국경경비대원 2명은 주변 까막골 초소 대원들로 추측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잡히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특히 사망한 여성들이 모두 어렵게 살림을 유지해 오던 가정주부들이어서 주변의 안타까움이 더 컸다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한편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17일 밤 12시 경에 혜산제지공장 주변에서 고철을 메고 압록강을 건너던 여성 3명이 익사 위기에 처하자 숱한 경비대원들과 보안원들이 출동해 구출해내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압록강을 건너던 여성들이 물이 키를 넘게 되자 강 복판에서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했고 이들이 구출된 후 체포되면서 도강을 방조한 국경경비대 군인 2명도 함께 체포됐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이처럼 가정주부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밀수 길에 나서는 이유는 가정이 있는 여성들의 경우, 남성들이나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가정주부들의 경우 밀수를 하다가 체포돼도 자식들의 부양문제로 하여 보름에서 한 달 정도의 ‘노동단련대’ 처벌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가하면 지금과 같이 압록강이 위험수위로 불어났는데도 목숨을 건 밀수가 계속되는 것은 최근 식량을 비롯한 장마당 물가가 턱없이 높이 뛰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중국 인민폐 대 북한 돈의 가치가 기록적으로 하락하면서 한 달 만에 입쌀 1kg당 북한 돈 3천 원에서 5천원으로 넘어서자 배고픔과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여성들이 잇달아 밀수길에 나서고 있다는 것 입니다.